제천 의림지 건축시기 학계 논란
탄생 배경 학술대회…“삼한시대” “통일신라” 엇갈린 주장
충북 제천시 모산동 소나무 숲에 자리잡은 의림지(사진)는 전북 김제 벽골제, 충남 당진 합덕제 등과 함께 3대 고대 수리시설로 꼽힌다. 1976년 충북도 지방기념물 11호로 지정됐으며, 의림지 주변 소나무 숲인 ‘의림지 제림’은 2006년 문화재청이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20호로 지정했다.
1996년 6차 교육과정까지 중·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 ‘삼한시대 유적’이라고 기술됐지만 지금은 빠졌다. 저수지가 만들어진 시기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천시와 충북대 중원문화연구소가 20~21일 제천에서 연 ‘의림지의 탄생 배경과 그 역사성’ 학술대회에서 의림지 탄생 연대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한국지질연구원 김주용 박사는 “방사성탄소 연대측정 결과 약 2000년 전의 인공 축조의 증거인 인위적 교란층이 나타났고, 저수지 중앙에 1000년 이상 된 퇴적층이 형성돼 있었다”며 “2000년 전 강수량이 늘면서 저수지를 활용하려고 주변에 돌을 쌓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삼한시대 축조설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충북대 양기석 교수는 “의림지는 지질조사 결과와 문헌 기록을 볼 때 최소 5세기 이전에 세워진 것으로 보인다”며 삼국시대 초기 이전 축조설을 제기했다. 그러나 같은 대학 성정용 교수는 훨씬 후대인 7~10세기 축조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점토 사이에 낙엽을 섞는 부엽공법이 쓰였고, 낙엽의 연대 측정값이 서기 680~1020년대로 일정한 점으로 미뤄 삼국시대 말이나 통일신라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학자들의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의림지는 여전히 살아 있다. 벽골제·합덕제 등이 저수 기능을 잃은 반면, 의림지는 면적 15만1470㎡, 수심 8~13m, 저수량 500만~600만㎥를 유지하며 제천 청전뜰에 농업 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더욱이 요즘엔 역사 관광지로서도 널리 알려졌다. 의림지 주변에 우륵이 가야금을 탔다는 우륵정과 영호정·경호루, 100~200년 된 소나무 400그루가 둘러서 있고, 인공 폭포와 분수·산책로·경관 조명까지 설치돼 시민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중원문화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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