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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뽑았다가 잘랐다가’ 마구잡이 인력배치

등록 2009-11-22 20:55

희망근로사업 중도포기자 주요 지역별 현황(9월 말 기준)
희망근로사업 중도포기자 주요 지역별 현황(9월 말 기준)
[희망근로 희망찾기] ② 문제점
고용 몇 개월 만에 ‘사업정리’ 일방해고
중도포기·부적격 채용 등 부작용 몸살




경기도 광주시에서 소일거리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박아무개(58)씨. 지난 5월 말 학교 후배인 한 공무원의 간곡한 부탁으로 희망근로에 참여했다. 내키지 않았지만 할당된 인원을 채우기 위해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워서였다.

그러나 박씨는 지난 9월28일 광주시로부터 ‘해고’ 통지를 받았다. 풀 뽑기나 쓰레기 줍기 등 단순 취로사업을 정리하라는 행정안전부의 지침 때문이다. 그는 “멀쩡한 사람을 가지고 놀다 이상한 방법으로 실업자로 만들었다”며 언짢아했다. 광주시에서 지난 8~9월 박씨처럼 희망근로에서 ‘해고’당한 사람은 700명에 이르렀다.

행안부는 지난 5월4~6일 희망근로 사업과 관련해 공무원 500여명을 교육한 지 닷새 뒤인 5월11일 희망근로 참여자를 모집한다고 발표했다. 경기도 성남시 관계자는 “당시 희망근로 사업 개요만 한 차례 들은 게 전부였다”고 털어놨다. 이렇게 급조된 희망근로 사업은 각 지역의 수요나 여건을 고려하지 못했고, 머릿수 채우기에 급급한 공무원들은 가리지 않고 희망근로자를 모집했다.

이런 졸속한 희망근로자 모집과 배치는 희망근로자의 20% 이상이 중도 포기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행안부는 지난 9월 말 현재 32만6498명이 희망근로를 신청했고 이 가운데 23.4%인 7만6308명이 중도 포기했다고 밝혔다. 중도 포기한 이유는 개인 사정이 가장 많았지만, 업무 형태에 불만을 품은 중도 포기자도 1만1467명으로 전체의 15%를 넘었다. 이런 중도 포기자는 10월 말까지 전체 희망근로 신청자 40만5465명 가운데 8만1193명(20%)으로 집계됐다.

주먹구구식 희망근로자 모집은 부적절한 인력까지 무차별적으로 포함시켰다. 행안부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말까지 희망근로 사업 참여자 가운데 우선 선발 기준인 재산 1억3500만원 이하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1억3500만원 초과)은 2만5770명으로 전체의 10%를 넘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강기정 의원(민주당)은 “5억원 이상의 재산을 가진 사람도 365명이나 참여했고, 강남구에서는 13억5000만원의 재산을 가진 사람도 희망근로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희망근로에 60살 이상 노인층과 주부들의 참여율이 70%를 웃돌아 안전사고도 많았다. 지난 9월 말까지 희망근로 도중 사망한 사람은 25명(교통사고 8명, 지병 6명 등), 부상자는 1535명으로 사상자는 모두 1560명이다. 하루 평균 13명이 죽거나 다친 것이다. 주요 부상은 미끄러짐이나 헛디딤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김병권 부원장은 “누가 실직했고, 또 누가 실직 위험에 처했는지를 정확히 파악한 뒤 이들을 흡수하기 위한 희망근로 사업을 설계해야 한다”며 “희망근로도 6개월짜리가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정규직 일자리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행정안전부 지역경제과 안경원 서기관은 “그동안 무분별한 인력 동원과 재산 과다자 참여, 비생산적인 작업 등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며 “내년에는 이런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취약계층 주거환경 개선 사업이나 슬레이트지붕 개량 사업 등에 맞는 인력을 뽑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성 박경만 김경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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