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음성 혁신도시에 편입된 진천 덕산면 지역 주민들이 마련한 새 보금자리. 25일 오전 준공식이 열리며, 앞으로 37가구 120여명이 이곳에서 생활한다.
혁신도시 이주단지에선…
공기업 11곳 이전 예정 중부신도시 공정률 3%
“애꿎은 고향땅만 내줬나” 예정지 주민 뒤숭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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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해마다 ‘용몽리 농요’(충북 무형문화재 11호)를 부르며 모내기를 하는 전형적인 농촌마을 충북 진천군 덕산면 용몽리에 도시가 생겼다.
23일 오전 마을을 찾았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유명 관광지의 ‘펜션촌’이나 도시 외곽 전원 마을을 떠올리게 하는 최신식 주택들이 즐비하다. 번듯한 2층 양옥에서 최신 유행하는 태양광 주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도회지풍 집들과 달리 마당에는 트랙터·경운기 등 농기계와 배추·무시래기, 고추, 마늘, 장독대 등으로 가득하다. 말끔한 정장 차림에 고무신을 신은 듯 왠지 어색하다.
이곳은 혁신도시에 편입되는 진천군 덕산면 석장·두촌리 주민 37가구 120여명이 집단 이주하는 곳이다. 25일 오전 준공식을 하기로 했지만 10여가구는 이미 이사해 살고 있다. 나머지 27가구는 이달 말쯤 이사할 계획이다. 다른 주민 20여가구는 내년 3월께 준공되는 덕산면 구산리 봉산 마을로 이주한다.
뚝딱뚝딱 망치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마을에서 만난 조아무개씨는 “대부분 주민은 밭에 나가 일을 하고, 마을엔 집 짓는 기술자들만 있다”며 “원래 사람이 적으면 개 소리가 크게 들린다”고 했다.
깔끔한 마을 풍경과 달리 주민들의 속내는 편치 못하다. 군에서 2만8535㎡의 터를 잡고, 진입로,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지원했지만 땅을 사고 새집을 짓는 데 적지 않은 돈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이사한 김천규(49)씨는 “아마도 집집마다 2000만~4000만원 정도는 빚을 내 집을 지었을 것”이라며 “고향 집이 편입된 뒤 당장 살 곳이 없어 집을 짓기는 했지만, 평생 흙만 파먹고 살아온 사람들이 뭘 하며, 뭘 먹고살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혁신도시 건설 때문에 고향을 내 주고 이사를 한 터라 주민들은 세종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에 대한 관심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윤기헌(54)씨는 “조상님께 나랏일(혁신도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사한다고 고한 뒤 대를 이어 살던 고향을 떠나 착잡하다”며 “요즘에는 세종시가 이상하게 돌아가면서 혁신도시도 흔들흔들한다는 소리가 들려 더하다”고 말했다.
24일 오전 기공식을 하는 음성군 맹동면 두성리 음성 혁신도시 이전 마을 주민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이 마을 주민 34가구는 내년 4~5월께 새 마을을 이루게 된다. 두성1리 임윤빈(57) 이장은 “이사는 때가 되면 하겠지만 혁신도시 때문에 걱정”이라며 “정부가 약속을 어기는 바람에 공기업들도 시골 땅에 내려오기보다 눈치만 살피다 말 것이라는 분위기로 마을이 뒤숭숭하다”고 했다. 진천 덕산·음성 맹동 등 6891㎢에 조성되는 충북 혁신도시 ‘중부 신도시’는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공공기관 11곳이 이전하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공정률이 3% 정도인데다 ‘변종 세종시’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안갯속에 휩싸이고 있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24일 오전 기공식을 하는 음성군 맹동면 두성리 음성 혁신도시 이전 마을 주민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이 마을 주민 34가구는 내년 4~5월께 새 마을을 이루게 된다. 두성1리 임윤빈(57) 이장은 “이사는 때가 되면 하겠지만 혁신도시 때문에 걱정”이라며 “정부가 약속을 어기는 바람에 공기업들도 시골 땅에 내려오기보다 눈치만 살피다 말 것이라는 분위기로 마을이 뒤숭숭하다”고 했다. 진천 덕산·음성 맹동 등 6891㎢에 조성되는 충북 혁신도시 ‘중부 신도시’는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공공기관 11곳이 이전하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공정률이 3% 정도인데다 ‘변종 세종시’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안갯속에 휩싸이고 있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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