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부 유지요구 수용…갈등 일단 매듭
기아·대우·쌍용차·만도 4곳도 유예하기로
기아·대우·쌍용차·만도 4곳도 유예하기로
조직 변경을 두고 갈등을 빚었던 전국금속노조와 현대자동차지부(옛 현대자동차노조)가 다시 손을 맞잡았다. 금속노조가 현재의 기업지부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현대자동차지부의 요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금속노조는 25일 “지난 23~24일 충북 충주호리조트에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참가 대의원 394명 가운데 313명(79.5%)의 찬성으로 현재 기업지부로 남아 있는 5개 노조의 지역지부 전환을 2011년 9월까지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금속노조는 2006년 12월 대의원대회에서 기업지부로 남아 있는 현대·기아·대우·쌍용자동차와 만도 등 5개 노조를 올해 9월까지 다른 산하 노조와 마찬가지로 지역지부로 전환할 것을 결의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지부의 일부 단위조직들이 지역지부로 바뀌면 전국에 흩어진 사업장들이 지역지부로 소속이 바뀌어 현대자동차노조의 결속력과 교섭력이 약화된다는 이유로 기업지부 해소에 반대하고 나섰다. 또 현재 현대자동차 4만5000여명의 조합원들이 내는 조합비의 54%를 금속노조로부터 배정받았으나 기업지부로 전환되면 40%로 줄어들어 노조 활동이 위축된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양쪽의 갈등은 9월 치러진 현대자동차지부장 선거 때 ‘기업지부 사수’를 공약으로 내건 이경훈 후보가 당선되면서 커졌다. 이 지부장은 선거 기간 “금속노조가 기업지부를 강제로 없애면 조합원과 의논해 특별한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를 탈퇴하겠다는 말을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때에 따라서는 금속노조를 탈퇴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파장이 일었다.
지난달 취임한 이 지부장이 금속노조에 내야 할 10월치 회비를 보내지 않으면서 갈등은 정점에 이르렀다. 박유기 금속노조위원장이 부랴부랴 이 지부장을 만나 현대자동차지부에 배정되는 조합비를 현행대로 54%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곧이어 현대자동차지부가 10월치 회비를 내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했다. 박 위원장이 약속을 했지만 다양한 정파에 몸담아 활동을 하고 있는 금속노조 대의원들이 제동을 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려와는 달리 참석 대의원의 79.5%가 현대자동차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금속노조 한 대의원은 “기업지부는 산업별노조의 정신에 어긋나지만 친기업 정부와 정면투쟁을 벌여야 하는 금속노조로서는 15만 조합원의 30%를 차지하는 현대자동차를 끌어안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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