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아트센터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공연
“중병에 걸린 홀아버지와 학업을 중단하고 방황하는 오빠~. 홍도는 기생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일제 강점기 말 구성진 변사의 목소리가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던 악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가 경기도 성남아트센터에서 화려하게 부활한다.
‘홍도야 우지마라, 오빠가 있다’라는 노래로 더 잘 알려진 이 악극은 다음달 5일과 내년 설날 연휴인 2010년 2월15일 두 차례에 걸쳐 관객들을 찾아간다. 연극과 노래가 어우러져 ‘서민 뮤지컬’로 불리는 악극은 영화가 번성한 1960대 이후 쇠락해 지금까지 간신히 명맥만 유지해오고 있다.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는 ‘순수한 사랑과 희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노래와 춤을 곁들였다. 이 악극은 1936년 7월 초연된 이후 광복 전 한국 연극사에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작품인데, 1950년 영화로도 제작됐다.
이 악극에는 북쪽 출신 여배우 김혜영과 최주봉, 이대로 등 국내 연극계의 대표적 배우 30여명이 출연한다. 줄거리는 이렇다.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기생이 된 홍도가 부잣집 아들 영호와 운명적으로 결혼한다. 하지만, 영호의 약혼녀였던 해정과 시어머니 등에게 온갖 구박을 받다 쫓겨난 뒤 시댁에 두고 온 아기를 보러 간다. 여기서 다시 혹독한 봉변을 당한 홍도는 해정을 살해하고 고시에 합격한 홍도의 오빠 철수가 이 광경을 보고 절규한다.
성남아트센터 노재천 공연기획본부장은 “세대를 초월해 모두가 볼 수 있는 명품 악극”이라며 “다양한 계층을 아우르는 밀착형 공연 정책 실천을 위해 국가대표급 악극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