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뒤 뒤풀이까지…시 “관련 직원들 문책할 것”
지난 1일 오후 6시 근무시간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구 북구 칠성동 대구오페라하우스 공연무대에서 족구경기가 펼쳐졌다.
무대 중앙에 배구 네트를 쳐놓고 직원 4명이 2명씩 편을 나눠 1시간 여 동안 경기를 했다. 족구선수들은 내년 2월 대구시 노동조합이 주최하는 친선체육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연습을 하는 중이었다. 또 다른 직원들 4∼5명은 경기를 지켜보며 무대 위에서 응원을 하기도 했다.
족구경기를 마친 뒤 선수와 응원단 등 10여명은 무대 위에서 돼지수육 등을 놓고 저녁식사를 했다. 이들은 모두 대구시 소속 공무원들이다. 이 가운데는 오페라하우스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김태호 관장 직무대행도 포함돼 있었다. 김 직무대행은 “노조 체육대회를 앞두고 연습할 시간이 없다는 직원들의 말을 듣고 때마침 공연이 없어 무대를 사용하도록 허락했다”고 말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예술계에서는 “무대에는 각종 첨단장비들이 갖춰져 있어 공연이 없을 때라도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면 안된다”며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누리꾼들은 “국내 최초 오페라하우스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며 “앞으로 공연을 보러 가기가 싫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구시는 3일 감사반을 오페라하우스에 보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시는 종전에도 이런 일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보고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이상헌 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무대가 훼손됐다는 점보다는 직원들의 정신 자세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감사를 한 뒤 구체적인 경위가 밝혀지는대로 관련 직원들을 문책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김홍승 관장이 내년 8월 임기를 채우지 않고 지난달 13일 뚜렷한 이유없이 갑작스레 사표를 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시는 대구를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세우고 2003년 8월 예산 440억원을 들여 객석 1500석 규모의 전국 최초의 오페라전용극장인 대구오페라하우스를 개관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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