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학교들 절차무시…교직원 찬성 0%에도 신청서
“교과부, 전국학교 20% 지정계획 세워…교육청 압박”
“교과부, 전국학교 20% 지정계획 세워…교육청 압박”
울산의 일부 학교가 교육청의 지침을 어겨 가며 무리하게 자율학교를 추진해 학부모와 교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획일화된 공교육의 개선을 위해 1998년부터 자율학교를 지정하고 있다. 교과과정의 일부를 선택하고, 교장 공모와 함께 우수한 교사를 정원의 최대 50%까지 초빙할 수 있는 등의 여러 가지 혜택을 줘서 교육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시행됐다. 하지만 참여가 저조한 상태여서 울산에서는 4곳만 지정된 상태다.
울산시교육청은 자율학교를 늘리기 위해 지난달 24일 지역 초·중·고교 229곳에 ‘내년 3월부터 5년 동안 자율학교로 운영하려고 하면 7일까지 교직원 회의록과 학교운영위원회 회의록 및 동의서, 사업 검토 의견서를 첨부해 신청서를 제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시교육청은 17일 자율학교 지정위원회를 열어 자율학교를 선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이런 지침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ㄴ고는 교직원 투표에서 59명 가운데 50명이 반대를 하고 9명이 기권을 해 자율학교 지정에 찬성한 이가 한 명도 없었는데 학교 쪽은 자율학교로 지정해 달라며 신청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ㅁ초등은 2일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 자율학교 지정을 신청하기로 결정한 뒤 3일 교직원 회의를 열었다. 교직원 회의를 먼저 연 뒤 의결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를 여는 것이 관례인데도 순서를 바꾼 것이다. 교직원 회의를 뒤늦게 연 것도 일부 교사들이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았다고 따졌기 때문이다. 한 운영위원은 “학교 쪽이 자율학교 운영 계획 등 기본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자율학교의 장점만 설명한 뒤 투표에 들어가 6대5로 가결시켰다”며 “학교의 중요한 정책이 이렇게 졸속으로 결정돼서야 되겠느냐”고 개탄했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교과부가 내년까지 전국의 학교 20%를 자율학교로 지정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지역교육청을 압박하고, 시교육청이 교과부 지침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앞서서 추진하다 보니 이런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절차에 문제가 있거나 형식적으로 심의를 한 학교는 신청서를 반려하라”고 촉구했다.
시교육청 행정과 관계자는 “자율학교를 미리 내정하고 추진하는 것은 아니며, 자율학교 지정위원회에서 자격을 갖춘 학교만 선별해서 자율학교로 지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검증 과정에서 절차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 학교는 탈락시키겠다”고 덧붙였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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