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사람과풍경] 빨래터·징검다리…사라져가는 풍경 담아

등록 2009-12-10 23:11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글·사진집 <청천 재발견 그 삶의 이야기>를 낸 송봉화씨.송봉화씨 제공.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글·사진집 <청천 재발견 그 삶의 이야기>를 낸 송봉화씨.송봉화씨 제공.
‘청천 재발견 그 삶의…’펴낸 민속사진가 송봉화씨
마을 곳곳 6년간 사진과 글로 기록
“선조들의 숨결 후대 잇는게 내 운명”
충북 청주시내에서 꾸불꾸불 우암산길과 상당산성길을 지나 자동차로 20분 남짓 달리면 산·들·바람이 머무는 곳에 소담한 흙집이 나온다. 옹기 파편과 옛 기와 등이 삐뚤 빼뚤 자유롭게 지붕에 앉았다.

고향집 사립문을 열듯 빼꼼이 문을 열고 들어서면 둥구나무 의자에 포근한 난로까지 정겨운 풍경이 펼쳐진다. 민속사진가 송봉화(53)씨의 삶터다.

사진, 글, 문화기획에 이르기까지 기와 끼가 많은 송씨처럼 이곳은 변화무쌍하다. 차와 음식을 나누는 공간이었다가 공연장으로, 강연장으로, 연구소로 수시로 바뀐다. 허기만 채우려고 들렀던 이들은 눈이 휘둥그레져 문을 열고 나갔다가 푯말을 보고 다시 들어서곤 한다.

흙집 한켠 한국우리문화연구원은 한국인의 죽음과 신명, 솟대 등 문화와 역사가 오롯이 내려앉은 곳이다. 송씨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아 찍은 사진과 글이 숨 쉬고 있다. <기지시 줄다리기>, <당진 풍어굿>, <솟대>, <장승과 벅수>, <남사당놀이>, <다비와 사리> 등 그동안 송씨가 세상에 선보인 글·사진집의 고향이다.

최근 나온 괴산 청천마을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청천 재발견 그 삶의 이야기>도 이곳에서 탈고했다. 청천 이야기는 서울·당진 등을 떠돌다 귀향한 송씨가 6년여동안 지역 곳곳을 훑어낸 땀의 기록이다.

책에는 고려 때 사기 굽는 막사가 있었다는 사기막리 폭포, 대전리 빨래터 개울, 공림사 꽃살문, 송면리 징검다리, 구름에 물든 절 채운사 등 정감 어린 풍경이 녹아 있다. 40년 대장장이 최종진, 돌탑 쌓는 고승관, 아흔아홉살 전순례 할머니, 송면초 55명의 전교생, 무·고추 수확하는 촌로, 담배 따는 필리핀 아낙 등 사람 이야기 또한 물씬 풍겨난다.

송씨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것들이지만 잊혀가는 것들의 소매를 잡듯 사진과 글로 담았다”며 “사람들 가슴과 가슴을 잇는 징검다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송씨가 사는 곳은 문화공간이기도 하다. 지난 9일 청주 색소폰 하모니, 7일 청주남성합창단이 조촐한 연주회를 했으며, 이병욱과 어울림 등 공연단이 즐겨 찾는 공연 마당이다. 때론 사진·음악·미술·역사의 씨줄과 날줄이 시공을 넘나드는 토론 사랑방이 되기도 한다.


송씨는 “선조가 남긴 역사와 문화의 숨결을 오늘과 후대에 제대로 잇는 중간자의 삶이 내 운명인 것같다”며 “많은 이와 좋은 것을 꾸준히 나누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