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구역통합 상정 안하면 의장 불신임’ 행안부 문건에
“지방의회 의장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않으면 지방자치법에 의해 불신임 대상이 될 수 있다.”
행정구역 통합 관련 안건을 정당한 사유 없이 의회에 상정하지 않은 시 의장을 불신임할 수 있다는 위와 같은 ‘경고’가 담긴 행정안전부의 문서가 성남시 의장에게 전달돼 말썽을 빚고 있다. 특히 성남시 의회는 최근 여야 모두 “행정구역 통합은 의회 의결이 아닌 주민투표로 이뤄져야 한다”며 관련 안건을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한 터여서 지방정부가 행정구역 통합을 위해 지방의회를 사실상 ‘협박’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경기도 광주·하남시와의 통합 업무 담당인 성남시 이정도 자치행정과장은 지난 11일 시 의회 사무국에 이 문서를 전달했다. 이 문서는 문건은 ‘의회 이견으로 지방 의장이 행정구역 통합 안건을 상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느냐?’라는 성남시 자치행정과 담당 공무원의 질의에 대한 행안부의 유권해석이었다. 이 과장은 이 문서를 성남시 의회에 그대로 통보하고 김 의장을 만나 통합 관련 일정 등을 묻기도 했다.
김 의장은 “시청 5급 공무원이 시 의장을 찾아와 ‘(행안부 방침대로) 직권 상정을 운운하고 의장 불신임 등 유권해석이 담긴 문서를 전달한 일은 몹시 불미스런 행동”이라고 불쾌해 하며, “그런 질의는 의회 사무국에서 해야 하는데 왜 시 공무원들이 나섰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시 의원들도 “지방정부와 행안부의 월권이자 지방의회에 대한 협박”이라며 “의회를 무시한 책임을 묻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성남시 통합 업무 담당 공무원은 “의회에 통합 안건이 상정되지 않을 경우, 시의 통합 관련 정책 방향을 예측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인터넷 질의를 했던 것뿐”이라며 “과장에게 참고용으로 전달한 것인데 이렇게 문제가 될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한편, 행안부는 “성남·광주·하남시 의회의 주민투표 요구는 여러 사정상 쉽지 않다”며 이들 의회에 오는 24일까지 의회에서 의결해 줄 것을 다시 요청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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