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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풍경] “조각칼에 마음 찔리면 정신이 번쩍 들어요”

등록 2009-12-17 21:55

금속활자장인 임인호씨가 청주시고인쇄박물관에서 조선시대 활자 주조를 재연하고 있다.청주시고인쇄박물관 제공.
금속활자장인 임인호씨가 청주시고인쇄박물관에서 조선시대 활자 주조를 재연하고 있다.청주시고인쇄박물관 제공.
무형문화재 금속활자장 된 임인호씨
조선 계미자 등 30종 복원
“혼담은 천년활자 만들고파”
충북 괴산군 연풍면 원통리 무설조각실에서는 천년 활자가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 15일 중요무형문화재 101호 금속활자장 기능보유자로 지정된 활자 장인 임인호(45)씨의 작업장이다.

금속활자 복원 1세대 ‘1대 금속활자장’ 고 오국진(2008년 작고)선생의 제자인 임씨는 날마다 10여시간씩 활자와 씨름하고 있다. 글씨를 새기고, 주물 틀을 만들고, 활자를 다듬고, 조판해 인쇄하는 일까지 활자가 나오는 모든 과정에 그의 손이 간다.

1984년부터 사찰의 현판 글씨 등을 새기는 각자장 일을 하던 임씨는 97년 10월께부터 오 선생 문하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금속활자를 배웠다. “짬나면 한번 들러 보라”는 스승의 말을 좇아 7년을 꼬박 조각칼과 쇳물, 활자와 씨름한 끝에 2004년 3월 스승의 뒤를 이을 전수 조교가 됐다.

그는 “아직도 일이 막힐 때면 스승님의 추상같은 꾸지람이 귀에 쟁쟁하다”며 “더도 덜도 말고 스승님의 그림자만이라도 잡고 싶은 데 모자란 게 많다”고 했다.

그는 스승과 함께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추진한 금속활자 복원에 힘써 왔다. 2007년부터 조선시대 주요 활자 복원에 나서 조선시대 첫 금속활자 계미자 등을 복원했다. 경자자·병진자·한구자·율곡전서자 등 조선시대 금속활자 30종과 동국정운자·인경목활자 등 목활자 8종이 그의 손을 거쳐 되살아났다.

그의 손은 흉터 투성이다. 보기 흉할 정도다. 장인 반열에 오른 지금도 활자를 비켜나간 서각도가 손을 찌르기 일쑤다.

“기분 좋은 상처지요. 혼을 담지 않은 벌이기도 하고요. 근데 그렇게 한번 마음이 찔리고 나면 금세 정신이 번쩍 들어 작업의 양이나 질이 눈에 띄게 나아지니까 상이기도 합니다.”


그는 요즘 조선 후기 활자 복원에 힘쓰고 있다. 내년에는 월인천강지곡자와 오륜행실도 글씨 등 한글 활자 5종을 복원할 계획이다. 그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의 밀랍주조법 주형토가 이암·황토 등을 섞은 ‘이토’였다는 것을 밝히는 등 금속활자 연구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는 “배우면 배울수록, 익히면 익힐수록, 알면 알수록 오묘하고 신비로운 것이 옛 활자”라며 “혼을 담아 천년 뒤에도 살아 꿈틀거리는 우리 활자를 만들고 싶다”며 “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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