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자 301명중 30명…“교사추천서도 큰몫”
2010학년도 입시에서 전국 최초로 신입생 전원을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뽑은 포스텍이 성적보다는 성장 잠재력을 기준으로 삼아 전체 합격자의 10%를 뽑았다.
포스텍은 17일 “2010학년도 신입생 합격자 301명 가운데 10%인 30명이 ‘잠재력’ 요소에 의해 합격이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수학과에 합격한 박재용(19)군은 고교 1학년 1학기 내신성적이 상위 45%선에 머물렀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4.7%까지 끌어올렸다. 대학 쪽은 “자기소개서와 교사 추천서 등을 통해 박군이 사교육 열풍이 거센 경기도 일산에서 사교육을 받지 않고 끊임없이 성적을 올렸다는 점을 높이 샀다”고 밝혔다. 역시 수학과에 지원한 한민규(19)군도 성적은 불합격권이지만 자기주도적 학습과 공교육만으로 물리학 분야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 합격했다.
농촌에 살면서 가정 형편이 어려워 방학 때는 부모님의 장사를 돕는 힘든 상황에서 한국생물올림피아드 장려상을 거머쥔 김재일(18)군과 미국 유명 대학에 합격했지만 가족들의 권유로 포스텍에 지원한 장현철군도 합격했다. 하지만 이아무개군은 성적이 좋고 경시대회 입상 경력도 있지만 잠재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해 불합격시켰다.
포스텍은 “이군처럼 성적은 충분하지만 잠재력에서 낮은 점수를 얻어 불합격된 학생이 5명은 넘는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들은 “서류평가와 면접평가 등 2단계로 나눠 치러진 이번 입시에서 성장 잠재력과 자기주도적 학습 태도 여부에 무게를 두고 평가를 했다”며 “학생들의 가정 형편과 고교 사정 등을 면밀하게 관찰해 작성한 교사들의 추천서도 큰 몫을 했다”고 말했다.
이번 입시에서 인천 광성고(4명), 경남 창원고(4명), 대구 강북고(3명), 인천 부평고(3명), 울산 제일고(3명), 부산 충렬고(3명), 부산 금곡고(3명) 등 7곳은 일부 과학고보다 합격자를 많이 내 눈길을 끌었다.
포스텍 백성기 총장은 “이번 입시 결과를 통해 입학사정관제가 인재 선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입학사정관제가 앞으로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쌓아 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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