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이들을 위한 작은 학교 하나 있으면 좋겠어요”
아들이 뇌병변 중증 중복지체 장애아인 최아무개(43)씨는 매일 오전 8시면 경기 고양시에서 아들을 승용차에 태우고 서울에 있는 학교로 간다. 그리고 아들의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집으로 귀가하면 오후 4시가 넘는다. 이러기를 벌써 10년째다.
최씨가 요즘 들어 불안감으로 마음을 졸인다. 서울시 교육청이 서울에 있는 뇌병변 중증 증복지체 장애아들을 위한 특수학교에서 이른바 경기도에 거주하는 ‘위장 학생’들을 솎아내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 있는 장애 학생들의 숫자가 넘쳐나 어쩔 수 없는 일이라지만 최씨의 가슴은 타들어간다. “요즘은 학교에 아이를 데려가는 데 눈치가 보여요. 몸이 고달파도 아픈 아이를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는데, 이젠 정말 힘이 드네요.”
최씨의 아들처럼 경기도에서 서울의 특수학교를 다니는 학생들 숫자는 적지 않다. 의정부·고양·파주 등 경기 북부에는 뇌병변 중증 중복지체 장애아들을 수용할 시설이 없다. 경기도 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특수학교는 모두 26곳인데, 최씨의 아들과 같은 장애아들을 수용할 특수학교는 경기도 안산의 1곳 뿐이다.
경기도 교육위원회 최창의 교육위원은 “뇌병변 중증 중복지체 장애아는 신체와 정신지체를 모두 갖고 있다”며 “중증 장애로 고통받는 가족들에게 서울에 와서 눈치밥을 먹는 고통까지 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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