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연봉’ 자리 지키려 이사·대의원 수십명에 돈써
대구시내 한 지역농협에서 30여년 동안 근무한 배아무개(60)씨는 10월 상임이사 선거에 나섰다. 상임이사는 직선으로 뽑힌 농협장을 보좌하면서 직원 수백명을 거느리는 자리로 한달 월급이 1200여만원을 웃돈다.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 대의원 총회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당선될 수 있다. .
배씨는 이사회의 추천을 받기 위해 10월5일 제주도로 연수를 떠나는 이 농협 이사 11명 모두에게 여비에 보태쓰라며 200만씩원을 전달했다. 이어 농협장 구아무개(60)씨와 감사, 이사 등을 통해 선거 직전에 전체 대의원 78명의 절반이 넘는 44명에게 1인당 30만원씩을 건넸다. 이들은 5만원짜리 지폐 6장을 꼬깃꼬깃 접어 대의원들의 집으로 찾아가거나 길에서 만나 건네 줬다.
배씨는 이사회의 추천은 받았지만 대의원 총회에서 두 차례나 과반수 지지를 얻지 못해 상임이사가 되지는 못했다. 수사에 나선 대구 달서경찰서는 23일 상임이사 후보로 나선 배씨와 돈 전달에 개입한 농협장, 감사, 이사 등 모두 4명을 2380만원을 뿌린 혐의(농업협동조합법 위반)로 구속했다. 또 표를 찍어주겠다며 1인당 18만~30만원을 받은 이사와 대의원 등 53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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