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 포도농사 김석수씨
한푼두푼 모아 이웃에 기부
한푼두푼 모아 이웃에 기부
24일 오후 김석수(61)씨가 돼지저금통 4개를 들고 대구 수성구 고산2동 주민센터를 찾아왔다. 현장에서 저금통을 깨보니 십원짜리와 백원짜리, 오백원짜리 동전 등 76만7800원이 쏟아져 나왔다. 김씨는 “이 돈으로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이 겨울 연료비를 사는데 보태 줘라”며 저금통을 맡기고 집으로 돌아갔다.
수성구 고모동에서 포도농사를 짓고 있는 김씨는 지난 1월부터 날마다 이웃을 돌면서 고철과 신문, 빈 종이상자 등을 모아 고물상에 팔았다. 그는 이렇게 남라마 5천∼6천원씩을 꼬박꼬박 모아 돼지저금통에 채워 넣었다. 그는 올해 초 마을 통장으로부터 “저소득층 가정들이 정부에서 주는 생계지원금 만으로 살아가기가 너무 힘겹다”는 말을 듣고 고물을 모으기 시작했다. 농번기에는 너무 바빠 틈이 나지 않았지만 이웃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고물 수집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는 “비록 적은 돈이지만 모으는 동안 보람을 느꼈고, 이웃들이 흔쾌히 동참해 줘 정말 고맙다”며 “새해에는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따뜻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북 상주시 공검면사무소에 22일 오전 농부 차림의 남자가 찾아왔다. 그는 추운 겨울을 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외된 이웃에게 전해 달라며 20㎏짜리 쌀 15포대(60만원 어치)를 선뜻 내놓고 사라졌다. 면사무소 직원들이 이름을 알려달라고 했지만 그는 한사코 거절한 채 발길을 돌렸다. 면사무소 직원들은 “5년 동안 빼놓지 않고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쌀을 들고 찾아온 분”이라고 말했다. 면사무소는 이 쌀을 공검면 지역에 사는 홀몸노인과 장애인 등에게 골고루 전달했다.
대구 중구는 29일 해마다 연말 종무식 때 각 부서마다 펼쳐오던 다과회 비용 250만원을 아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했다. 대구 달성군도 종무식 비용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이웃 100가구에 20㎏짜리 쌀 1포대(340만원)씩을 나눠줬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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