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경찰청 ‘제논에 물대기’식 10대뉴스 선정 눈살
“극렬한 폭력을 행사하는 노조에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과 당당한 법 집행으로 안전하게 사태 해결.”(쌍용차 파업)
“언론의 추측성 보도로 수사에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연예인의 술접대·성 상납이라는 국민적 의혹을 해결했음.”(탤런트 장자연씨 사건)
경기 경찰이 처음으로 내놓은 올해의 ‘10대 뉴스’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사회적 갈등과 파장이 컸던 사건들을 공정하게 평가하기보다는 조현오 경기경찰청장과 경찰의 치적을 자랑하는 식으로 평가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경기경찰청은 “지난 22~23일 형사·경비·교통·경무 등 12개 분야에서 경기경찰 10대 뉴스를 뽑았다”며 선정 이유를 담은 보도자료를 냈다. 이 보도자료는 △연쇄살인범 강호순 검거 △강력한 사정활동을 통한 자체 사고의 획기적 감소 △공공서비스 품질평가 전국 1위 △의왕·하남·동두천 경찰서와 파출소 51개 신설 등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경기경찰의 ‘제 논에 물대기’식 10대 뉴스도 적지 않았다. ‘안전하게 사태 해결’이라고 말한 쌍용차 사태에서 경찰은 테러범에게나 사용하는 테이저건(전자총)을 노조원 얼굴에 쏘거나 스티로폼까지 녹이는 최루액을 뿌리는 등 인권침해 논란을 일으켰다. 또 탤런트 장자연씨 자살 사건에서도 이른바 ‘장자연 문건’에 거론된 ‘힘있는 인사’들에 대해선 조사 한번 제대로 못하고 면죄부를 줌으로써 시민들의 의혹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강력한 사정활동으로 자체 사고 감소’를 10대 뉴스로 꼽았지만, 올해 내내 오락실 등에서 뇌물을 상납받은 경찰관들이 구속되거나 옷을 벗는 일이 이어졌다. 병역비리 수사의 경우 전 국민의 관심을 끌었지만 5개월이 넘은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처벌하지 못한 채 관련자들의 진술에만 끌려다니고 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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