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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선거빚’이 오근섭 전 양산시장 자살 불렀다

등록 2010-01-06 22:55

뇌물 공여자 조사서 ‘59억 대출’ 확인
빚 갚으려 돈받고 개발업자에 특혜 줘
“돈 선거 풍토 계속땐 비극 재발” 지적
여러 차례 선거를 치르면서 빌린 자금이 오근섭 전 경남 양산시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을 불러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울산지검이 오 전 시장한테 24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부동산개발업자 등 4명을 최근 잇달아 구속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관련자들의 구속영장을 보면, 오 전 시장은 2003년 5월 ㄱ저축은행에서 59억원을 대출받았다. 검찰은 이 뭉칫돈으로 2002년 양산시장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하면서 사용한 선거비용을 갚고, 2004년 6월 양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한 조직을 관리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오 전 시장은 2004년 국회의원과 시장에 도전한 지 네 번 만에 시장에 당선됐지만 대출금 상환 독촉에 시달려야 했다. 그해 12월 건설회사를 경영하는 사돈한테서 빌린 어음 22억5000만원을 할인해 일부를 갚았으나 석 달 뒤 할인한 어음의 만기가 돌아왔다.

그때 30여년을 알고 지낸 ㅎ건설 대표 전아무개씨(구속)가 찾아와 “땅 사업을 도와달라”고 부탁하자 “선거 때문에 사돈의 어음을 많이 썼다”며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 전씨는 같은 달 양산시 북정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오 전 시장의 비서실장에게 1억원을 줬다. 초등학교만 졸업한 뒤 구두닦이와 신문배달원 등을 하며 자수성가해 양산대를 설립한 뒤 시장에 올랐던 그가 수렁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전씨는 두 달 뒤 ㅎ저축은행에서 5억원을 대출받아 오 전 시장 사돈의 처 계좌로 보낸 뒤 또 다시 2억원을 보냈다. 2006년 1월에는 오 전 시장이 전씨를 불러 “도시계획에 포함될 예정이니 재일교포가 주인인 땅을 사라”며 지번을 알려줬다. 같은 해 7월 전씨 등은 상북면 내석리 임야 233만3057㎡를 샀으며, 오 전 시장의 사돈한테 또 5억원을 보냈다.

전씨 등이 두 차례에 걸쳐 사들인 땅 270만9000여㎡의 약 38%인 103만9000여㎡가 2008년 8월 국토해양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산업단지 조성 예정지역에 포함되기까지 오 전 시장은 모두 9차례에 걸쳐 24억원을 받았다.

오 전 시장은 빚 독촉에서 한숨을 돌리는 듯했으나 지난해 9월 검찰이 비서실장 등 관련자들을 소환하기 시작하자 속이 타들어갔다. 그는 검찰에 나가기로 한 지난해 11월27일 아침 7시께 자신의 집에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이 살았다. 가족들한테 미안하다. 대한민국을 발전시켜 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양산경찰서 고위 관계자는 “오 전 시장이 여러 차례 선거에 출마하면서 진 수십억원의 빚이라는 덫에 걸려 결말이 비극적으로 끝난 것 같다”며 “돈을 쓰지 않으면 당선되기 힘든 선거 풍토를 바꾸지 않으면 또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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