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로 만든 벽지 앞에서 최영재 사장이 닥나무 추출물로 만든 기능성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천양제지 제공
닥나무 기능성제품 내놓은 천양제지 최영재 대표
“한지는 녹색성장의 시작입니다.” 전통의 고을, 전북 전주에서 한지의 맥을 이어가는 사람이 있다. 전북 전주시 풍남동 한옥마을에 본사를 꾸린 천양제지의 최영재(44) 대표이사다. 그는 아버지의 가업을 잇고 있지만, 전통을 계승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현대의 감각에 맞춰 확대 재생산하는 데 정성을 들인다. 기능이 우수한 한지의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그는 전통한지, 응용한지, 벽지 등의 생산체계를 갖추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한지의 원료인 닥나무 성분을 이용해 기능성 제품을 생산하는 데까지 진출했다. 또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전주한지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중이다. 2007년엔 미국 뉴욕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관저 게스트룸과 유엔 한국대표부를 전주 한지로 리모델링했다. 벽지, 침대포, 전등갓 등을 전주한지로 바꾼 뒤, 이곳을 방문한 각국 외교관들한테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 8월엔 전통한지를 비롯해 한지를 이용한 벽지, 양말, 속옷 등을 판매하는 대리점 계약을 캐나다 밴쿠버의 한 업체와 맺어 북미시장에 진출했다. 특히 최근에는 그의 회사 천양제지, 대전의 한국한의학연구원, 전주생물소재연구소 등이 전통한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닥나무 속대와 잎 등의 추출물이 면역 활성화와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에 효과가 있음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실험용 쥐에 아토피를 유발하는 진딧물을 주입해 쥐가 아토피에 걸리자, 닥나무 추출물을 주입했다. 그랬더니 쥐의 피에서 아토피 인자가 현저히 떨어지고, 피부와 각질이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를 토대로 ‘닥나무 잎 추출물을 함유한 아토피 예방과 치료용 조성물’ 등 특허 3건을 출원했다. 회사는 이를 이용해 한지비누 뿐만 아니라, 한지 로션·스킨·바디워시·샴푸 등 기능성 화장품을 개발했다. 피부염 치료제는 개발 중이다.
현재 시판 중인 한지비누는 민감성 피부의 소비자 뿐만 아니라 일본·중국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기능성 화장품은 시제품이 최근에 나와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있다. 최씨는“닥나무가 아토피성 피부염 개선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나온 만큼 아파트·한옥단지·전원주택 등에 쓰이는 한지벽지의 판매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지를 산업화에 뒤처진 가내수공업 정도로 여기는 인식도 있지만, 한지 우수성을 활용해 새 영역을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예부터 한지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 설치하는 금줄부터 죽었을 때 입는 수의까지 널리 쓰여, 우리 삶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같이했던 우리만의 종이”라며 역사성을 강조하며 미래를 낙관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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