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조선소에 벌크선 2척 건조 맡겨
‘고용 안정’ 노사합의 위반해 노조 반발
‘고용 안정’ 노사합의 위반해 노조 반발
정리해고 등 직원들의 구조조정을 추진중인 한진중공업이 최근 대만에서 수주한 벌크선 2척의 건조를 필리핀의 국외법인 조선소로 넘겨 노조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수주 물량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 연말부터 희망퇴직과 정리해고 등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편으로는 16개월 만에 수주한 물량을 국외법인인 필리핀 수빅조선소로 넘겼다. 더구나 회사 쪽은 3년 전 노조와 국외공장 운영으로 국내공장 조합원의 고용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합의까지 한 것으로 밝혀져 단체협약 위반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2007년 3월 금속노조와 ‘해외공장 관련 특별단체교섭 합의서’를 체결해 △국내수주량의 3년치를 연속 확보하도록 노력할 것 △경영상의 이유로 국내공장의 축소 및 폐쇄 등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것 △해외공장이 운영되는 한 조합원의 정리해고 등 단체협약에 정년을 보장하지 못할 행위를 하지 않을 것 등의 조항에 합의했다.
이 합의는 회사 쪽이 2006년 필리핀에 국외법인으로 수빅조선소를 지을 때 노조 쪽이 국외공장 설립에 따른 고용상의 악영향을 우려해 회사 쪽에 특별단체교섭을 요구해 이뤄졌다. 하지만 회사 쪽은 최근 16개월 만에 대만 신건해운으로부터 18만t급 벌크선 2척을 6000만달러씩에 수주한 뒤 이 선박들을 필리핀 수빅조선소에 넘겨 건조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노조와 아무런 의논도 없이 수주 물량을 필리핀 수빅조선소로 배치해 버렸다”며 “국내 수주량 3년치를 연속 확보하고,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는 노사 합의는 사라지고, 국내에선 ‘수주 물량이 없다’며 불법 집단해고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또 “회사 쪽이 국내공장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기 위해 일부러 국내 물량 수주를 미루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회사 쪽은 “국내공장에선 적어도 수주단가가 8000만달러 이상은 돼야 채산이 맞아 이번에 수주한 물량은 채산성이 없어 필리핀으로 보낸 것”이라며 “3년 전 노사합의도 당시 국내 조선업이 호황이던 때의 일로. 현재 상황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해명했다.
한편 금속노조는 최근 부산에서 조선분과 대표자회의를 열어 인력 구조조정에 적극 대응하기로 결의하고, 20일께 부산에서 대규모로 ‘조선소 구조조정 및 한진중공업 불법정리해고 분쇄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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