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재곤(56) 청주교도소장과 최효숙(55) 통영구치소장.
김재곤-최효속 부부 교도소장의 ‘별난 인연’
잦은 전근에 ‘이별 아닌 이별’
결혼 25년간 함께 산건 10년
10년전 산 청주집 번갈아 지켜 날마다 교도소에 가는 부부가 있다. 부부 교도소장인 김재곤(56·왼쪽) 청주교도소장과 최효숙(55·오른쪽) 통영구치소장이다. 새해 첫날 법무부 인사에서 김천교도소장이었던 김소장은 충북 청주로, 청주여자교도소장이었던 최 소장은 경남 통영구치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부인 최 소장이 청주를 떠난 자리를 남편 김 소장이 채운 셈이다. 1977년 12월 9급 교도관으로 시작한 최 소장과 79년 9급 교도관으로 한발 늦게 발을 들였다가 83년 7급 공채(교정간부 26기)시험을 거친 김 소장의 교정 공무원 생활은 말 그대로 ‘따로 또 같이’였다. 둘은 6급 교감(89년), 5급 교정관(97년), 4급 서기관(2005년) 등 한날한시에 승진을 했다. 기막힌 연분이다. 그러나 함께 지낸 날보다 떨어져 지낸 날이 훨씬 더 많으니 기구한 운명의 부부이기도 하다. 84년 9월 결혼해 25년을 부부로 살았지만 한 이불을 덮은 것은 10년도 채 안된다. 청주가 부부를 이었다. 89년 10월 청주여자교도소가 문을 열면서 부산교도소에 있던 최 소장이 청주여자교도소 보안계장, 진주교도소에 있던 김 소장이 청주교도소 보안계장으로 옮기면서 비로소 한 집에서 살게 됐다.
“청주가 고마울 수밖에요. 한참 깨 쏟아질 신혼부부를 오작교처럼 이어줬으니까요.” 부부의 이구동성이다. 4년 2개월 동안 청주에서 지낸 부부는 다시 헤어졌다. 김 소장은 서울지방교정청, 대전교도소 등 전국 교도소에서 순환근무를 하다 17년 만에 청주로 돌아왔다. “그동안 이사만 16번 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이사의 달인들입니다. 두어 시간 짐을 싼 뒤 승용차로 한번 이동하면 이사가 끝이니까요.” 김 소장의 말이다. 최 소장은 승진 무렵 몇 차례 청주를 떠나기는 했지만 13년 동안 청주여자교도소를 지켰다. 서울(김소장)과 전남 담양(최소장)이 고향인 부부는 아예 청주에 터를 잡았다. 2000년 청주교도소 옆 동네인 수곡동에 집을 마련하고 청주를 제2의 고향 삼아 살고 있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부부는 서로 믿고, 돕는 좋은 동료다. 김 소장이 김천교도소에서 시행했던 교도소 소식지 발행은 최 소장이 그대로 배웠고, 최 소장이 청주여자교도소에서 꽃피웠던 환경 미화는 김 소장이 따라했다. 주말 부부인 이들은 일주일 동안 만났던 재소자와 교도소 일을 나누느라 밤새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한다. 김 소장은 “함께 살면 더 좋았을 텐데 이번에도 떨어져 지내게 돼 아쉽지만 나랏일 하는 이들이기에 어쩌면 당연하다”며 “늘 그랬듯이 떨어져 있어도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좋은 부부요, 좋은 교정인이 되도록 각자의 길에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떨어져 지내는 법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서운할 것은 없다”며 “이제 집안 소소한 일은 청주로 오게 되는 남편에게 떠맡길 생각을 하니 조금 홀가분한 것도 있다”고 웃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김재곤·최효숙 부부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