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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강제이주 무서워요 맹꽁~ 맹꽁~

등록 2010-01-27 21:42수정 2010-01-28 11:28

강제이주 무서워요 맹꽁~ 맹꽁~
강제이주 무서워요 맹꽁~ 맹꽁~
한강예술섬 공사로 쫓겨나는 노들섬 맹꽁이
노을공원 집단이주 “안전성·세대 단절 문제”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 노들섬에 살고 있는 맹꽁이입니다. 원래 지금은 겨울잠을 자고 있어야 하지만 서울시에서 이번 여름에 저와 가족들을 다른 곳으로 강제이주시킨다고 해서 잠이 오질 않습니다.

못 생겼다고 하지만, 사실 저희들은 귀한 존재들이랍니다. 야생동·식물보호법 제2조 제2호에 따라 지정된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종이거든요. 올챙이까지 포함해 모두 300마리가 넘는 저희 가족은 열악한 한강의 생태 환경 속에서도 노들섬 한쪽에 터를 잡고 끈질기게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오는 9월부터 이곳에서 큰 공사가 시작된다는군요. 서울시가 5269억원을 들여서 노들섬을 오페라극장, 콘서트홀, 미술관 등이 있는 ‘한강예술섬’으로 만든대요. 국립중앙박물관을 설계한 박승홍 건축가가 설계한 높이 50m, 연면적 5만3000㎡ 규모의 예술적 건축물이래요. 하지만 저희는 이 건물 때문에 한참 활동해야 할 6~8월에 머나먼 마포구 상암동 노을공원 습지로 강제이주당해야 합니다. 대신 2014년 한강예술섬 공사가 끝나면 노들섬에 인공으로 조성된 습지에 다시 이주시켜준대요.

재개발·재건축으로 원주민이 쫓겨나는 것은 인간들만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저희들의 일이 되고 보니 참 고통스럽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가족 모두가 안전하게 이주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서울시는 웅덩이처럼 생긴 덫을 설치해 저희 모두를 잡겠다는데, 사실 저희 가족들 중에는 강제이주를 원하지 않는 이들도 많거든요. 끔찍한 것은 노들섬 출신 맹꽁이라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잡힌 저희들의 뒷발가락을 하나씩 절단한다는 사실입니다. 잘리는 고통도 고통이고, 여름이라 상처가 곪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4년 뒤에 고향으로 오는 것도 반갑지 않아요. 마치 사할린의 한국인 동포들처럼 저희도 부모 자식간에 헤어져야 하는 일이 생기거든요. 박대식 강원대학교 교수(과학교육학부)님은 “4년 뒤에는 뒷발가락이 잘린 맹꽁이들만 노들섬으로 오게 돼 세대 간에 단절이 생긴다”고 말씀하세요. 노을공원에서 태어난 자식·손자 세대들은 발가락에 표시가 없어서 이주 대상에서 제외되거든요.

저희들의 이런 딱한 사정을 들은 염형철 서울환경연합 운영위원장님은 “현재 서식지를 가림막으로 가린 뒤 공사를 하라”고 서울시에 제안했대요. 그러나 서울시는 “현재 서식지를 없애지만 노을공원에서 더 좋은 습지를 제공할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저희는 올 여름부터 새 터전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4년 뒤에는 고향으로 돌아와야 할까요? 자식·손자들과 헤어지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요? 이런저런 걱정으로 한겨울인데도 잠이 오질 않아요.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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