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충남 연기군 동면사무소에서 열린 행복도시 아카데미에 참석한 한 주민이 자료를 꼼꼼하게 펴보고 있다.
행정도시안 ‘열공’중인 충남 연기군민
귀동냥만으론 설득 한계 ‘행복도시 아카데미’ 열어
원안·수정안 비교에 ‘중이온가속기 위험 분석’ 주문도
귀동냥만으론 설득 한계 ‘행복도시 아카데미’ 열어
원안·수정안 비교에 ‘중이온가속기 위험 분석’ 주문도
“행정도시가 성공적으로 건설되면 누구나 살고 싶은 명품 도시문화를 이룰 것입니다. 장차 통일한국의 모범도시로 통일수도와 함께 국가경쟁력을 이끌 겁니다.”
지난 26일 오전 충남 연기군 동면사무소에서 열린 ‘연기군민 행복도시 아카데미-세종시 수정안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육동일 충남대 교수의 강연이 끝나자 앞줄에 앉아있던 이광수(63·동면 예양2리 이장)씨가 손을 번쩍 들었다.
“정부가 수정안을 하도 강하게 밀어붙이니 행정도시 원안을 지키는 지름길은 국민 단합 뿐인디요, 우리가 어떻게 단합한 모습을 보여줘야 정부가 생각을 바꿀까요?” 그러자 여기 저기서 주민들이 대답했다.
“뭐 경부선 철도하고 고속도로가서 확 누워 버려야 혀. 그래야 감았던 눈이나마 쬐끔 뜰라나, 여기서 소리 백날 질러봐야 지들이 꿈쩍이나 허건디?”
요즘 행정도시 사수에 나선 충남 연기 주민들은 원안과 수정안을 공부하느라 바쁘다. 그동안 귀동냥으로 주워들었던 얘기들로는 최근 수정안에 찬성하고 나선 일부 주민들을 설득하기는 커녕 갈등만 커졌기 때문이다.
애초 고향을 떠나야 하고 선산을 이장해야 하는 현실에 행정도시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이들이 대부분이었던 터라 이들이 행정도시 원안과 수정안을 비교해 공부하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아카데미를 찾은 주민 가운데에는 정운찬 총리의 연기 진의리 방문때 박수치던 이들도 포함됐다.
임혁철(63·동면 용호1리)씨는 “행정도시든 기업도시든 뭐든지 빨리 돼야 객지에 이주해 생활고를 겪는 원주민들의 고통을 덜 수 있다는 입장에서 박수친 것이지, 수정안이 좋아서 박수친 주민은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밥그릇 싸움을 하니 우리 살 길을 찾자고 나선 것이니 정부가 홍보해 얻은 성과라고 보면 오산이라는 것이다. 일부 주민들은 수정안에서 유치한다는 중이온가속기는 핵발전소보다 위험하다고 하니 이를 정확히 분석하자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주민은 “행정도시 2210만평 가운데 공원부지 등 53%를 빼면 넉넉잡아 1천만평을 5조원에 샀다는 건데, 여기에 다리 새로 놓고 공공건물 짓는 돈 합하면 평당원가는 최소 80만원 이상”이라며 “이를 대기업에 반값도 안되게 주는 건 서민 세금으로 재벌 배 채우는 꼴이니 정부가 미친 것”이라고 성토했다. 웅성웅성하던 주민들 목소리가 높아졌다. ‘수정안은 원안에 다 있는 걸 부처이전 빼고도 그나마 추려서 생색내는 것’, ‘답답한 가슴이 확 뚫리는 강연이나 집회에 참여하고 싶다’는 등 점점 말소리가 격해지자 육동일 교수가 강연회를 마무리 했다. “원주민 생각이 가장 중요합니다. 내용을 알면 소신이 생기고, 소신에 따라 확신있는 행동을 하면 원안사수할 수 있습니다. 공부합시다.” 행복도시 아카데미는 조치원·금남면과 동면, 남면을 거쳐 전의·전동·소정·서면 일정을 남겨두고 있다. 글·사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정치권이 밥그릇 싸움을 하니 우리 살 길을 찾자고 나선 것이니 정부가 홍보해 얻은 성과라고 보면 오산이라는 것이다. 일부 주민들은 수정안에서 유치한다는 중이온가속기는 핵발전소보다 위험하다고 하니 이를 정확히 분석하자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주민은 “행정도시 2210만평 가운데 공원부지 등 53%를 빼면 넉넉잡아 1천만평을 5조원에 샀다는 건데, 여기에 다리 새로 놓고 공공건물 짓는 돈 합하면 평당원가는 최소 80만원 이상”이라며 “이를 대기업에 반값도 안되게 주는 건 서민 세금으로 재벌 배 채우는 꼴이니 정부가 미친 것”이라고 성토했다. 웅성웅성하던 주민들 목소리가 높아졌다. ‘수정안은 원안에 다 있는 걸 부처이전 빼고도 그나마 추려서 생색내는 것’, ‘답답한 가슴이 확 뚫리는 강연이나 집회에 참여하고 싶다’는 등 점점 말소리가 격해지자 육동일 교수가 강연회를 마무리 했다. “원주민 생각이 가장 중요합니다. 내용을 알면 소신이 생기고, 소신에 따라 확신있는 행동을 하면 원안사수할 수 있습니다. 공부합시다.” 행복도시 아카데미는 조치원·금남면과 동면, 남면을 거쳐 전의·전동·소정·서면 일정을 남겨두고 있다. 글·사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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