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철철’ 추억이 ‘좔좔’

청주시 내덕동에 있는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의 철 특별전 ‘철모르는 사람은 철들러 가자’를 찾은 한 가족이 4일 철제 농기구 등을 둘러보고 있다.청주/오윤주 기자 [e-mail]

[사람과 풍경] 청주 ‘생활 속의 철 특별전’

철없이 살 수 있을까?

도시 생활인들은 자동차·휴대전화·컴퓨터 등 철이 들어간 제품에서 하루도 벗어날 수 없다. 기계·도구와 등진 채 두메에 사는 이도 솥에 지은 밥은 떠야 하니 철과 헤어지기란 쉽지 않다.

청주시 문화산업진흥재단이 다음달 1일까지 여는 철 특별전 ‘철모르는 사람은 철들러 가자’가 인기다. 방학을 맞은 어린이와 옛일을 추억하는 어른 등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전시회에서는 생활 안에 녹아든 철의 모든 것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 전시회 이름처럼 철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철 관련 제품을 보고, 만지고, 두드리면서 철을 이해할 수 있다.

철의 기원 코너에서는 철을 만드는 과정, 철의 특성, 철기 제조법 등을 영상과 그림, 설명 등으로 보여준다. 아름다운 철의 쓰임새 코너는 추억과 재미가 공존하고 있다.

중국 명나라 말기부터 이어진 바늘의 유래와 제조법이 눈에 띈다. 바늘을 벽에 꽂아 놓으면 남편이 앓거나 마르고, 옷을 입은 채 해진 곳을 꿰매면 누명을 쓴다는 등 바늘 관련 옛 이야기도 재미있다.

흥부가 박을 탈 때 쓴듯한 두툼한 톱, 나무꾼의 날 선 톱, 솜씨 좋은 목수의 예리한 톱과 엿장수·사랑방 어머니 등의 손때 묻은 가위, 낫, 집게 등 다양한 철 제품 100여점이 전시돼 있다. 충북 음성 감곡에 있는 철 박물관에서 나들이한 철 공예품과 기구 등이다.

생활과 철 전시에서는 민속품 수집가 김종근(66)씨가 내놓은 70여점의 농기구·생활 철 공예품이 선보인다. 1970년대 진천의 한 가정에 수차례 들러 10여만원이나 주고 구한 조선 중기 매화 문양 부삽 등 희귀한 철 제품도 만날 수 있다. 화로·난로·다리미·가마솥·붕어빵 틀·빙수기 등 추억이 깃든 철 기구와 쟁기·삽·괭이·호미·저울 등 땀이 밴 철 제품이 기다리고 있다.

김씨는 “철 든 이후 40여 년 동안 철이 좋아 모은 것들”이라며 “삼고초려를 해 구한 귀한 것부터 고향집 부엌에서 쓰던 쇠 부지깽이에 이르기까지 추억할 것들이 꽤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장 한켠에서는 화로로 떡과 고구마를 구워 나눠 먹고, 철사 공예·호루라기 만들기 등 체험 행사도 펼쳐진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