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동대문아파트(왼쪽). 1965년 건축 당시엔 최고급 아파트로 꼽혔지만 지금은 낡고 초라한 모습이다. 동대문아파트는 직사각형 단지 가운데에 마당을 품은, 우리나라 최초의 ‘중정’ 양식 아파트다. 서울시 제공
‘가운데 마당’ 중심 이웃 정 나누는 사랑방 구실
뉴타운 사업에도 철거 않고 전시공간 보존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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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에서 청량리 방향으로 가다 ‘동묘’에 이르기 직전, 오른쪽으로 오래돼 보이는 아파트가 한눈에 들어온다. 작고 낡아, 거대한 주상복합건물과 오피스빌딩 틈바구니에서 초라하기 그지없다. 1965년 대한주택공사가 종로구 창신동에 지은 동대문아파트다. 지은 지 40년이 훌쩍 넘어 지금은 보잘것없지만, 아파트 자체가 흔하지 않던 당시엔 최고급 아파트로 꼽혔다. 1980년대엔 인기 코미디언 이주일씨 등 연예인들이 많이 살아 ‘연예인 아파트’로 불리기도 했다.
동대문아파트는 건물 외관만 보면 ‘성냥갑’ 모양의 획일화된 일반 아파트와 비슷하다. 하지만 건물 안에 들어서면 다른 아파트와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기다란 직사각형 단지 가운데 마당(중정·中庭)을 품은 블록형 아파트여서 확 열린 느낌을 준다. 건축가 천경환씨는 동대문아파트를 두고 “근대화 과정에서 우리의 도시 주거가 간과해버린 마을 단위의 ‘모여살기’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공간”이라고 평가했다.
화분이랑 안 쓰는 가구, 자전거 등을 놓아두는 ‘중정’은 마당을 중심으로 분리된 아파트 주민들의 ‘사랑방’ 구실을 톡톡히 했다. 뉴타운 지구 지정 등으로 지금은 오래 살던 주민들이 대부분 떠나 세입자만 들고 나는 실정이지만, 마주 보고 늘어선 양쪽 복도 난간에 도르래로 연결한 빨랫줄에선 여전히 어울려 사는 사람들의 냄새가 난다. 예전 여름엔 집집마다 문을 열어놓고 맞은편 집들과 사는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이곳은 독특한 ‘중정’ 양식 때문에 건축을 공부하는 이들의 견학지가 되기도 한다.
<대한민국 아파트 발굴사>(효형출판 펴냄)의 저자 박진희 연세대 건축공간계획연구실 연구원은 “동대문아파트는 우리나라 최초의 ‘중정형’ 아파트로, 세대간에 소통과 공유가 가능했다는 점에서 건축적으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창신·숭인뉴타운 사업으로 철거가 예상되던 이 아파트가 철거되지 않고 용케도 보존된다. 서울시는 10일 발표한 ‘창신·숭인 재정비촉진계획안’에서 동대문아파트를 시가 사들여 예술가들의 문화창작·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26개 뉴타운 지구 가운데 오래된 아파트를 철거하는 대신 직접 사들여 리모델링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진희 연구원은 “국내에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중정형 아파트를 보존함으로써 무조건 철거한 뒤 재개발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도시 재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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