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만에 베일 벗는 ‘구마모토 농장’
3천여 소작농 둔 일제강점기 국내 최대 곡물농장
군산시, 결산서류 등 기증받아 당시 상황 파악
군산시, 결산서류 등 기증받아 당시 상황 파악
일제강점기에 국내 최대 곡물농장이었던 전북 군산의 구마모토 농장이 베일을 벗는다.
전북 군산시는 17일 “군산 간호대가 보관해오던 구마모토 농장의 결산서류와 영업보고서 등 유물 75점을 최근 기증함에 따라 일본에 수탈된 소출량과 소작농의 생활상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일본의 대지주였던 구마모토 리헤이(熊本利平)는 1930~1940년 군산 개정에 설치한 농장을 중심으로 1개 부(당시 군산시)와 5군(김제·정읍 등), 26개면을 관장할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다. 당시 1200여만 평에 달하는 광활한 대지를 소유하며 3000여 가구의 소작농을 둘 정도였다.
이렇게 쌀 공출과 농지 관리를 도맡았던 구마모토 농장이 있었던 자리는 현재 군산 간호대의 터로 사용되고 있다.
기증 유물에는 1935~1945년 농장의 결산서류 10점과 개인결산표, 영업보고서, 토지대장, 지적도 등이 포함돼 당시 경영방식과 회계방법을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당시 농장에서 갖고 있던 중국의 당·송시대의 책자 40여 권과 의사로 활동한 쌍천 이영춘 박사의 붓글씨 2점, 고서화, 일본식 옷장 등도 기증됐다.
김중규 군산시 학예연구사는 “군산간호대가 기증해준 구마모토 농장 관련 자료는 그동안 공개가 안 된 자료로 일제의 쌀수탈 과정을 생생하게 추적할 수 있다”며 “분석이 끝나면 농장관련 자료는 군산시립박물관에 전시하고, 이영춘 박사의 자료는 이영춘 전시관에 전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영춘 박사는 농장 인부를 치료하기 위해 1935년 구마모토 농장 진료소장으로 부임한 뒤 10년5개월 동안 소작인 21만여명을 진료해 ‘한국판 슈바이처’로 불렸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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