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근 제주대 의대 교수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사람과 자본이 몰리면서 지방의 소외감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과 지방의 아파트 평당 가격의 차이가 그 소외의 골과 깊이를 가장 잘 대변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점차 벌어지는 서울과 지방의 간극을 메우고자 지방도 나름의 발전전략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국제자유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이 이러한 노력의 산물들이다. 시·도마다 각기 나름의 독특한 발전전략을 갖고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 탐을 내는 것이 ‘의료산업’이다. 향후 전망이 밝은 첨단산업·미래산업이라는 이미지에 잘만 하면 외국의 환자들이 몰려들어 지역 경제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기대가 굳어져 제주는 말할 것도 없고 서울, 인천, 경기, 강원, 대전, 충청, 대구, 부산, 광주 등 거의 모든 자치단체들이 뛰어들었다. 그런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재미있다. 내세우는 명분은 의료서비스 산업 육성인데, 사업방식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 개발이나 산업단지 개발과 꼭 같다. 지방정부나 공공기관이 나서 단지를 조성하고, 여기에 의료기관을 짓고 운영할 투자자를 모집한다. 그리고 주민들에게는 좀더 많은 투자와 좋은 의료기관 유치를 위해서는 이들에게 특혜를 줄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영리병원을 허용해 주고, 세금도 깎아주고, 자유롭게 영업할 여건만 만들어주면 훌륭한 의료단지가 완성돼 외국 환자들이 몰려들 것이라는 게 이들의 명분이다. 또한 의료진의 실력, 의료서비스의 수준, 의료비의 가격 경쟁력 같은 것들은 투자자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관여할 바 아니라고 주장한다. 지방정부는 터를 조성하고, 투자자를 모으며,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고, 개발 분위기를 띄우는 게 전부다. 한번 생각해보자. 그동안 땅이 없어서, 투자할 돈이 없어서, 영리병원 없어서, 개발 분위기가 약해서 지방의 의료 수준이 서울에 견줘 형편없이 떨어졌고, 외국 환자 얼굴 보기가 어려웠던 것인가? 아파트단지 조성이나 산업단지 개발이야 성공하면 대박이고, 안 되더라도 그만이다. 미래를 기약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의료는 다르다. 의료단지 조성한다고, 개발 붐에 덕 좀 보자고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흔들어버리면 돌이킬 방법이 없다. 영리병원을 제주에만 허용할 것 같은가? 어떻게 해서든 연간 40조원이 넘는 의료시장에 들어와 돈 좀 벌어보겠다는 사업자와 투자자들이 널렸는데 그들이 건강보험제도를 가만 놔 둘 것 같은가? 입장 바꾸어 생각해보면 답은 쉽다. 좀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박형근 제주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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