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 130억중 10억뿐…구청장 선거용 의혹
경쟁후보자 소유 땅 ‘고액 매입계약’ 드러나
경쟁후보자 소유 땅 ‘고액 매입계약’ 드러나
이종화 대구 북구청장이 금싸라기 땅을 사 들여 실내체육관을 지으려 해 입방아에 올랐다.
대구 북구는 23일 “북구 산격동 엑스코 주변 땅 3500여 ㎡를 사 들여 탁구와 농구 경기를 할 수 있는 다목적 실내체육관을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구는 사업비 130억원을 들여 올해 안에 터 매입과 설계를 끝낸 뒤 내년에 공사를 시작해 2012년 3월쯤 완공할 계획이다. 이 체육관에는 테니스와 탁구, 농구 등 500여 관람석을 갖춘 실내 경기장과 여러 시설이 들어선다. 북구는 “생활체육인들의 거듭된 요구에 따라 지난해 3월 계획을 짜 사업을 추진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 구청장이 가장 먼저 입방아에 올랐다. 6월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사표를 던져 놓은 이 구청장이 구체적인 사업비 충당 계획도 없이 졸속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현재 전체 사업비 130억원 가운데 구청 예산 10억원만 확보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오대흥 문화공보실장은 “국비 26억원, 대구시비 26억원, 구청 예산 81억원 등 예산 확보 계획을 짜 놓았지만 지역 출신 한나라당 이명규 국회의원이 정부 예산을 따 주지 않으면 공사를 추진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 체육관 건립은 이 의원이 생활체육 동호인들에게 약속한 공약이기도 하다.
터 선정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 북구의회는 지난해 북구가 편성해 놓은 예산 10억원을 승인하기 위해 체육관 건립을 놓고 열띤 토론을 펼쳤다. 당시 구의원들은 “예산이 없는 구청이 공원과 녹지, 국공유지 등 싼 땅을 놔 두고 1㎡에 평균 150만원을 웃도는 금싸라기 땅을 사들이려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의원들은 또 터로 선정된 엑스코 주변은 교통이 혼잡하고 주택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적지가 아니라는데 뜻을 모으고 구청 쪽에 재검토를 요구했다. 하지만 예산안은 열흘 뒤 열린 북구의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상임위에서 재검토 결론이 난 안건이 본회의에서 통과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북구가 사 들이려는 실내체육관 터의 주인이 북구청장에 출마한 서아무개(55)씨라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져 또 다른 의혹을 사고 있다. 사업가인 서씨는 한나라당 대구시당 부위원장 등을 맡고 있으면서 정치인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북구는 서씨의 땅 3504㎡을 공시지가의 2배인 55억원에 사기로 하고 지난해 연말에 계약금 등 24억원을 이미 지불했다.
체육관 건립을 놓고 파문이 번지자 이 구청장은 “체육관 터로 북구 안에서 녹지와 공원 등을 찾아 봤지만 도저히 적당한 곳을 구하지 못해 서씨의 땅을 사들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구청장은 “터 선정을 놓고 계속 의혹이 불거지면 서씨의 의향을 물어 계약을 해제하고, 사업 추진을 중단할 의사가 있다”고 덧붙였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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