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는 풍남동 한옥마을의 경기전에 묻혀 있다는 조선 태조 어진(왕의 초상화)의 세초(새 어진을 만들고서 낡은 어진을 없애는 일) 과정을 확인하고, 옛 어진 등을 발굴하고자 문화재청에 국가지정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신청을 냈다고 2일 밝혔다.
태조 어진 현상변경은 2007년에 이어 두번째다. 당시 문화재청은 옛 어진 존재 여부가 불투명하다며 현상변경 허가신청을 반려한 바 있다.
현상변경은 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문화재 정비·수리 또는 주변지역의 발굴·매립 등 모든 행위를 일컬으며, 허가가 나오면 발굴작업이 가능해진다.
어진 현상변경 대상은 경기전 북쪽 뒤뜰 600여㎡로 한정했다. 이곳은 서울대 규장각이 소장한 ‘어진이모도감의궤’(御眞移模都監儀軌)에 “고종 9년(1872년)에 태조 어진을 이모(남의 글씨나 그림을 본떠 쓰거나 그리는 것)한 뒤 낡고 오래된 어진을 백자 항아리에 담아 경기전 북쪽에 묻었다”고 적혀 있는 지점이다.
최성인 전주시 문화재담당은 “올해가 1410년 태조 어진이 모셔진 경기전 창건 600돌이 되는 해여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현상변경 허가로 발굴작업이 이뤄지면 어진을 어떻게 교체해 처리했는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전의 조선 태조 이성계 어진은 1410년 처음 그려진 것이 낡자 1892년 원본과 똑같이 베껴서 그린 것이다. 2005년 9월 전시를 위해 서울로 잠시 옮겼다가 지금은 국립전주박물관 수장고에서 임시 보관하고 있다. 오는 10월 경기전에 박물관이 들어서면 이곳에서 보관할 예정이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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