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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상가 일부 지주들 “종묘앞 초고층빌딩 건설 철회를”

등록 2010-03-04 23:25수정 2010-03-12 14:57

시청앞 집회 “문화재 훼손에 사업성도 없어” 주장
“에스에이치(SH)공사가 종묘 맞은 편에 지으려는 초고층 건물 계획은 취소해야 합니다.”

재개발로 점포를 비워야 하는 세입자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의 훼손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한 말이 아니다. 서울 종로구 예지동 일대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구역에 건물을 갖고 있는 오영호(63)씨의 말이다. 오씨는 “철근 콘크리트로 문화재 주변을 뒤덮는 것은 국가적 재앙”이라며 “현재 상황으로는 초고층 건물 건설로 개발 이익도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4일 세운4구역에서 만난 지주 최아무개씨도 “서울 도심의 5층 이상 건물들이 대부분 분양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며 “사업성이 떨어지는 초고층 계획을 포기하고 이 사업으로 죽어가는 기존 상권을 되살리는 내용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석상과 보석 세공업체를 중심으로 활기를 띠던 세운4가의 상가들은 이미 절반 가까이 문을 닫았다. 보석상가가 밀집해 있던 예지동 일대 골목은 셔터가 내려진 점포가 더 많았다. 에스에이치 공사는 세운4구역 1433개의 점포들 가운데 86%의 영업보상이 끝났다고 이날 밝혔다.

세운4구역 지주들로 구성된 ‘세운4구역 시민대표회의’도 이날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이에 대한 서울시의 대책을 요구했다. 시민대표회의는 “우리는 건물을 높게 지어달라고 요구한 적도 없는데, 서울시가 초고층 건물 사업을 추진해 오히려 주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있다”며 “서울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묘 주변 조사와 문화재청의 심의도 제대로 받지 않고 사업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지난달 22일 발표한 ‘소단위 맞춤형 정비 방식’ 적용 대상에서 세운4구역을 제외했다. 이 방식은 역사와 문화를 살리면서 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이지만, 서울시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앞에 새로 짓는 건물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정유승 서울시 균형발전본부 도심재정비1담당관은 “세운4구역은 상당히 낙후돼 있어 도시환경 정비사업이 꼭 필요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에스에이치 공사는 지난달 24일 건물의 높이를 99m(29층)로 낮춘 새 정비계획안을 문화재청에 제출했다. 지난해 9월 건물 높이를 122m(36층)로 설계한 현상변경 계획안을 처음 낸 뒤 벌써 4번째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건물 높이가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의 경관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해 심의를 3번이나 부결시켰다. 4번째 심의는 오는 10일 열릴 예정이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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