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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풍경] ‘홀로 등교’ 지성이 “후배가 생겼어요”

등록 2010-03-04 23:37

전교생이 3명인 군산 신시도초등학교 야미도분교 아이들. 왼쪽부터 1학년 김지수양, 지수양 오빠인 4학년 김지성군, 1학년 김성관군의 모습. 야미도분교 제공
전교생이 3명인 군산 신시도초등학교 야미도분교 아이들. 왼쪽부터 1학년 김지수양, 지수양 오빠인 4학년 김지성군, 1학년 김성관군의 모습. 야미도분교 제공
군산 야미도분교의 행복한 입학식
전교생 1명서 3명으로 늘어
주민들 ‘터전 지키자’ 노력
새봄 맞아 교정 웃음꽃 활짝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인 김지성(10)군은 등굣길이 마냥 즐겁다. 3학년 때인 지난해에는 동료와 선후배 없이 홀로 학교를 다녔다. 2학년 때는 전교생이 5명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2월 개학을 앞두고, 4명이 군산으로 떠나 혼자 남았다. 하지만 이제 신입생 후배 2명이 생겼다. 후배 중에서 1명은 동생이다. 김군 등 전교생 3명은 등하교를 함께 한다.

지난 2일 전북 군산 신시도초등학교 야미도분교에서 행복한 입학식이 열렸다. 신입생 김지수양과 김성관군을 비롯해 학부모·교사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이 분교에선 최근 몇해 동안 입학식·졸업식이 아예 열리지 않았다. 새내기 지수양은 이 학교의 유일한 재학생 지성군의 여동생이다.

소담스럽게 치러진 입학식에는 매주 학교에 오는 예능분야 방과후 강사 4명도 참석했다. 사교육이 없는 이곳 학생들을 위해 한국예술교육진흥원 강사 2명이 국악(해금·소금)을 가르쳐 준다. 나머지 2명은 미술과 피아노를 맡아준다.

이날 행사장에는 신입생 입학을 축하하는 케이크도 놓였다. 지성군의 아버지이자 마을 이장 김상래씨 등이 문구세트와 연필깎이 따위 학용품을 준비했다. 야미도 향우회 회원들은 “고향 후배들에게 운동화 한 켤레씩을 마련해 주라”는 당부와 함께 30만원을 전달했다.

이 학교의 교사는 단 한 명이다. 복식수업이 불가피하다. 선생님이 1학년 수업을 하면 4학년은 학습지 문제풀이 등을 한다. 하지만 체육과 미술, 독서시간 등은 함께 한다.

입학식서 환영사를 읽고 후배들을 안아 준 지성군은 “매일 같이 다니고 책도 함께 읽으면서 잘 돌봐주겠다고 동생들에게 약속했다”고 말했다.

1955년 문을 연 이 학교가 폐교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섬을 지켜야 한다’는 주민들의 열정과 의지가 모아졌기 때문이다.

폐교를 막고자 이장과 다른 주민이 자식을 뭍으로 보내지 않고 입학시킨 것이다. 어른들이 “자식에게 삶의 터전을 반드시 물려줘야겠다”며 내린 결정이었다.

새만금방조제 3호와 4호를 연결하는 야미도가 방조제 도로로 연결된 뒤 찾는 관광객이 늘어난 것도 계기가 됐다. 고기잡이와 횟집으로 생계를 잇는 주민의 형편이 나아졌기 때문이다.

김태환(38) 교사는 “섬마을의 마당 구실을 하는 학교에 새봄을 맞아 웃음꽃이 활짝 피게 됐다”며 “대부분 이 학교 졸업생이기도한 주민들이 학교에 강한 애착을 갖고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항상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생활하기 때문에 사진을 찍으면 해맑고 환하게 나온다”고 덧붙였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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