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을 허물어 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담장 대신 숲길을 조성한 서울 노원구 롯데상아아파트의 전(왼쪽)과 후의 모습. 서울시 제공
휴식공간 늘어 주민 소통
“통풍 잘돼 냄새도 사라져”
사생활 침해 예방 과제로
“통풍 잘돼 냄새도 사라져”
사생활 침해 예방 과제로
대한민국에서 아파트는 거대한 요새이자 외딴섬이다. 우뚝 솟은 담장이 안과 밖을 철저히 갈라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단지 들머리마다 설치된 차량 차단기가 외부 차의 접근을 막는다. 온 동네를 실핏줄처럼 이어주던 고샅길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막히고 끊긴 지 오래고, 이전부터 그 길을 오가던 사람들은 괴물처럼 들어앉은 아파트를 피해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 오로지 넓고 높아지느라 하늘을 가리고 바람길을 막아선 아파트는 이웃과 자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입주자를 위한 공간으로 그렇게 우뚝 서 있다. 이런 아파트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외부와의 문을 걸어 잠근 채, 그들만의 공간을 고집하던 아파트가 담장을 허물어 지역 주민과 소통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 현대로얄아파트는 지난해 말, 아파트 주변 300여m의 담장을 허물었다. 아파트가 지어진 1987년부터 있었던 회색 콘크리트 담장이었다. 콘크리트 담장은 사람과 바람을 구분하지 않는 것이어서, 사람을 막으면 바람도 들어올 수 없다. 이 아파트 관리소장인 임양수(45)씨는 “담장과 접한 아파트 1층과 지하는 환풍이 잘 안돼, 항상 눅눅하고 냄새가 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담장이 사라지면서 이런 걱정은 없어지게 됐다. 주민 표갑성(78)씨는 “시멘트 벽을 허무니 아파트도 넓어지고 바람이 잘 통해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원구 극동건영벽산아파트는 높이 1.6m, 길이 320m의 담장이 흉물스럽게 설치돼 있었다. 담장 위로는 웃자란 나무들이 아무렇게나 뻗어 있어 사람들의 접근을 막았고, 담장 사이로 흘러내린 흙이 보도 여기저기에 쌓여 통행에 불편을 줬다. 이 아파트도 2008년 담장을 철거했다. 대신 그 자리에 숲길을 조성했다. 입주민들에게는 아파트가, 시민들에게도 보도가 각각 조금씩 더 넓어졌다. 주민 김아무개(38)씨는 “담장이 사라지니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집으로 드나들 수 있어 편리하다”며 “이웃 주민들도 이곳에 모여들면서 삭막했던 아파트 주변이 활기가 넘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05년부터 ‘아파트 열린녹지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아파트 담장 대신 숲길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사업비의 30~60% 정도를 지원한다. 이에 따라 서울시내 총 89개 아파트에서 2만3619m에 이르는 담장이 사라지고, 10만6341㎡의 녹지가 조성됐다. 주민들의 만족도도 높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이 사업을 벌인 아파트 입주민 4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정서적인 면에서 생활이 여유로워졌다’는 응답이 77.3%에 달했다. ‘지역주민 간 의사소통이 원활해졌다’는 응답과 ‘주민의 휴식공간이 늘었다’는 응답도 각각 70.6%와 70.5%를 차지했다. 다만, 사생활 침해가 있어 별도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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