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강진 이주민여성
한글이름 바꾸기 활발
연예인 이름 가장 많아
한글이름 바꾸기 활발
연예인 이름 가장 많아
농촌지역의 작은 법원이 자치단체와 손잡고 이주여성한테 한글이름을 지어주는 사업을 펼쳐 호평을 받고 있다.
광주지법 장흥지원은 8일 “장흥군과 강진군의 한국 국적 이주여성 중 한국식 이름이 아니어서 생활에 불편을 겪는 이름들을 바꾸는 사업을 펼쳐왔다”며 “지난달 3일부터 한달 새 대상자 71명 중 33.8%인 24명이 이름을 한글로 바꿨다”고 밝혔다.
바꾼 이름은 성과 이름을 합친 석자 짜리가 대부분이다. 이효리, 김효리, 정애리, 임예진, 길은정처럼 유명한 여성 연예인의 이름을 본뜬 사례가 많다. 골프선수인 박지은과 같은 이름도 있다. 한국인 남편의 ‘입김(?)’이 적지 않았다는 귀띔이다. 성과 본은 대개 장흥과 강진이고, 하동 정씨와 김해 김씨 등 명가를 택한 이들도 더러 눈에 띈다.
이런 개명운동은 지난해 말 한 식당에서 일하던 중국인 저우리쥔(周麗軍)이 “이름을 부르기도, 외우기도 어려워 꼭 바꾸고 싶다”며 손님으로 왔던 최인규 장흥지원장한테 호소하면서 시작됐다. 그의 이름은 절차를 거쳐 주소영(周昭影)으로 바뀌었고, 다른 이주여성들의 개명으로 이어졌다. 이주여성들은 차별이 없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고, 자녀들이 학교에서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나섰다.
법원 쪽은 “법조인 2명이 이주여성의 위임을 받아 개명 신청을 대리하고, 장흥군과 강진군이 비용을 대는 방식으로 다문화가정의 고충을 덜어주는 사업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의 이주여성은 지난해 말 장흥군 192명, 강진군 179명이었다. 이 중 한국 국적자는 장흥 68명(35.4%), 강진 58명(32.4%)이지만, 한국식 이름 보유자는 장흥 28명(14.5%), 강진 27명(15.1%)에 그쳤다. 이주여성들의 자녀는 장흥 254명, 강진 276명이고 이 중 초·중학생은 장흥 158명, 강진 126명에 이른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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