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종로 부암동 안평대군 별장터에 웬 주차장?

등록 2010-03-14 19:54수정 2010-03-14 21:37

안평대군이 자신의 꿈을 그린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가장 비슷한 풍경이어서 집을 짓고 살았다는 서울 종로구 부암동 315번지 일대. 한 주민이 지난 12일 공영주차장이 들어설 자리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안평대군이 자신의 꿈을 그린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가장 비슷한 풍경이어서 집을 짓고 살았다는 서울 종로구 부암동 315번지 일대. 한 주민이 지난 12일 공영주차장이 들어설 자리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복사꽃 대궐 ‘몽유도원경’을 지켜라
구청서 “주민 불편” 무계정사터 공영주차장 추진
주민들 “불편 없다” 음악회 등 열어 반대운동 벌여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은 복사꽃이 피는 마을이다. 해마다 4월이 되면, 연분홍 복사꽃이 온 마을과 산을 휘감아 ‘꽃구름’을 이룬다. 서쪽으로는 인왕산이, 동쪽으로는 북악산이 펼쳐져, 사람 사는 마을은 이들 산 사이 오목한 골짜기에 들어서 있다.

이 동네는 복사꽃과 안평대군으로 유명하다. 조선 초기 세종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은 이 일대에 ‘무계정사’라는 별장을 세웠다. 별장 옆 바위에 ‘무계동’이라는 글씨도 남겼다. 지금의 부암동 319-4번지 일대다. 안평대군은 시와 서예, 그림, 가야금 등에 능했다. 1447년 꿈속에서 복사꽃 핀 무릉도원을 보고, 당대 최고의 화원이었던 안견에게 그 꿈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리게 했다. 그 걸작이 바로 <몽유도원도>이다.

무계정사는 안평대군이 1451년 부암동 일대를 걷다가 이곳이 꿈에서 본 무릉도원과 같다며 세운 별장이다. 안평대군에게는 부암동 일대가 무릉도원이었던 셈이다. 이 별장은 그의 정치적 맞수였던 형 수양대군이 세조로 등극하면서 불타 없어졌지만, 그 터를 비롯해 ‘무계동’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바위와 복사꽃은 아직도 남아 있다. 무계정사터 가운데 일부는 1974년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2호(안평대군 이용 집터)로 지정됐다.

몽유도원도를 현실화한 안평대군의 별장터가 위기에 놓였다. 종로구가 이 일대에 공영주차장을 건설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차량 100여대를 댈 수 있는 주차장을 짓기 위해 종로구는 지난해 6월 33억원을 들여 이 일대 1700여㎡의 땅을 매입해 기존 건물을 헐고, 부지 정리를 마쳤다. 종로구는 “이 일대는 도로가 좁고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주민 불편이 크다”며 “공영주차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복사꽃 대궐 ‘몽유도원경’을 지켜라
복사꽃 대궐 ‘몽유도원경’을 지켜라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주민 유아무개(52)씨는 “구청에서 주민들의 주차공간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실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주차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며 “구청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라고 내세우지만, 이는 결국 마을이 가진 이야기와 기억을 지울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병애(63)씨는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한적한 골목과 아름다운 자연 풍광 때문”이라며 “대규모 공영주차장이 들어서면 이 모든 것이 파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부암동 곳곳에는 ‘대중교통 이용으로 지금의 부암동을 지켜주세요’라는 글씨가 곳곳에 걸려있다. 주민들이 1만원, 3만원씩 내 자신의 집 앞에 달아 놓은 것이다. 주민들은 지난해 10월 부암동 주민센터에서 연 ‘부암동 작은 음악회’에서 공영주차장 건설 계획의 문제점을 알리기도 했다. 또 누리집을 만들어 주차장 건립 반대 운동을 벌여오고 있다. 오는 4월17일에는 안견기념사업회와 함께 주차장 예정지에서 또 한번 음악회를 열 계획이다.

안휘준 전 문화재위원장은 “이 일대는 한국의 대표적 걸작 미술품인 <몽유도원도>와 직접 관련이 있는 역사적 장소”라며 “주차장이 아니라 안평대군과 안견을 기념할 수 있는 곳으로 조성해, 살아있는 역사·미술 교육장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봄이 오는 마을에서 주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복숭아나무들은 일제히 움을 틔우고 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