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평대군이 자신의 꿈을 그린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가장 비슷한 풍경이어서 집을 짓고 살았다는 서울 종로구 부암동 315번지 일대. 한 주민이 지난 12일 공영주차장이 들어설 자리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복사꽃 대궐 ‘몽유도원경’을 지켜라
구청서 “주민 불편” 무계정사터 공영주차장 추진
주민들 “불편 없다” 음악회 등 열어 반대운동 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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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종로구 부암동은 복사꽃이 피는 마을이다. 해마다 4월이 되면, 연분홍 복사꽃이 온 마을과 산을 휘감아 ‘꽃구름’을 이룬다. 서쪽으로는 인왕산이, 동쪽으로는 북악산이 펼쳐져, 사람 사는 마을은 이들 산 사이 오목한 골짜기에 들어서 있다. 이 동네는 복사꽃과 안평대군으로 유명하다. 조선 초기 세종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은 이 일대에 ‘무계정사’라는 별장을 세웠다. 별장 옆 바위에 ‘무계동’이라는 글씨도 남겼다. 지금의 부암동 319-4번지 일대다. 안평대군은 시와 서예, 그림, 가야금 등에 능했다. 1447년 꿈속에서 복사꽃 핀 무릉도원을 보고, 당대 최고의 화원이었던 안견에게 그 꿈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리게 했다. 그 걸작이 바로 <몽유도원도>이다. 무계정사는 안평대군이 1451년 부암동 일대를 걷다가 이곳이 꿈에서 본 무릉도원과 같다며 세운 별장이다. 안평대군에게는 부암동 일대가 무릉도원이었던 셈이다. 이 별장은 그의 정치적 맞수였던 형 수양대군이 세조로 등극하면서 불타 없어졌지만, 그 터를 비롯해 ‘무계동’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바위와 복사꽃은 아직도 남아 있다. 무계정사터 가운데 일부는 1974년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2호(안평대군 이용 집터)로 지정됐다. 몽유도원도를 현실화한 안평대군의 별장터가 위기에 놓였다. 종로구가 이 일대에 공영주차장을 건설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차량 100여대를 댈 수 있는 주차장을 짓기 위해 종로구는 지난해 6월 33억원을 들여 이 일대 1700여㎡의 땅을 매입해 기존 건물을 헐고, 부지 정리를 마쳤다. 종로구는 “이 일대는 도로가 좁고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주민 불편이 크다”며 “공영주차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복사꽃 대궐 ‘몽유도원경’을 지켜라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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