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지질학 박사
비양도는 ‘살아 있는 화산박물관’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애기 업은 돌’을 비롯해 비양봉 오름과 호니토(화산이 폭발하면서 굴뚝 모양으로 나온 화산지형), 화산탄 등 화산폭발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있는 곳이다. 이 때문에 화산 연구자들은 제주도에 오면 꼭 들르는 섬이 됐다. 다양한 화산 자원들이 곳곳에 널려 있는 이 자그마한 섬 비양도가 조만간 원형을 잃을 처지에 있다. 비양도와 한림 협재해수욕장을 잇는 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최근 제주도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했다.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한 사업 타당성 조사에서 화산자원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달 말로 예정된 제주도의회의 동의를 거치면 도지사는 이 사업을 일사천리로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머지않아 우리는 옥색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제주 해안에서 비양도를 연결하는 해상 케이블카를 보게 될 것이다. 환경영향평가가 통과됐다고 해서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를 탓할 일이 아니다. 환경영향평가는 말 그대로 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사전에 평가하여 영향을 줄이기 위한 제도이다. 단지 환경에 대한 저감방안을 제시할 뿐 사업 승인 여부와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도의회의 동의 절차도 도민의 대의기관으로서 도민을 대신해 사업의 타당성을 논의할 뿐 사업 승인과는 무관한 것이다. 결국 모든 개발사업의 승인은 도지사의 고유권한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환경에 위해를 줄 수 있는 사업을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 경험으로 볼 때 개발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곳은 환경단체와 지역주민이었다. 제주도 내 환경단체는 환경을 지키기 위한 가장 큰 힘이었고, 제주도를 그래도 이 정도로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노력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개발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됐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문제가 발생한 개발사업마다 환경단체의 반대성명과 반대운동이 뒤따랐고, 일부 언론에서 토론회와 특집기사를 내보내곤 했지만, 결국 모든 사업은 순조롭게 마무리되곤 했다. 지역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비양봉 정상에 서서 바다 건너편의 제주도와 한라산을 바라본다. 이 아름다운 풍광과 화산자원을 어떻게 하면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언제까지 거대 자본 앞에서 너무도 미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지질학을 전공하는 몸으로서 큰 부끄러움과 함께 비양도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제주도의회 의원들의 철저한 검증작업을 기대해본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지질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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