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옛 알뜨르비행장 주변에 있는 일제 강점기 당시 만든 격납고다. 최근 ‘경술국치 100년, 한국전쟁 60년’을 맞아 격동의 역사가 서려 있는 대정지역을 ‘역사의 길, 평화의 길’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유배·항쟁 중심지→일제 침략기지→군훈련소·집단학살터
4·3연구소, 내달 유적지 순례하며 음악공연
문화재연구소, 알뜨르비행장 일대 답사계획
4·3연구소, 내달 유적지 순례하며 음악공연
문화재연구소, 알뜨르비행장 일대 답사계획
제주도의 ‘바람코지(곶)’ 모슬포.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는 바람이 많고 토양이 척박해 ‘못살포’라고 불릴 때가 있었다. ‘경술국치 100년 한국전쟁 60년 예비검속 학살 60년’을 맞아 이곳을 ‘역사의 길’로 만들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추사 김정희 등 걸출한 학자와 정치인들이 유배됐던 조선시대 최악의 유배지였던 모슬포는 구한말 항쟁의 중심지가 되기도 했고, 근대에 접어들어 제주의 격동기를 고스란히 받아들인 무대가 됐다.
일제는 중일전쟁 이전부터 대정읍 모슬포에 이른바 ‘알뜨르비행장’을 건설했다. 주민들의 땅을 징발하고, 강제동원해 중국 침략의 교두보로 비행장을 건설했던 것이다.
지금은 관광지와 각종 드라마 촬영지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대정읍 송악산 해안은 일본군의 특공기지로, 각종 갱도진지와 고사포진지 등은 연합군의 공격에 대비해 구축됐다. 주민들이 군사시설 구축에 강제동원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었다. 일제 강점기 말 모슬포의 풍경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는 육군 제1훈련소가 이곳에 문을 열었다. 송악산 주변은 한국군의 훈련장소가 됐고, 수많은 장병들이 이곳에서 훈련을 받아 전쟁터로 떠나야 했다. 지금도 정문 흔적이 남아 있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에는 제주 서부지역 주민 252명이 1950년 7월16일과 8월20일 두차례에 걸쳐 대정읍 상모리 섯알오름 일본군 탄약고터에서 학살됐다.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에는 이러한 역사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러한 역사의 생채기를 갖고 있는 대정지역이 평화와 역사의 길로 떠오르고 있다. 제주4·3연구소는 오는 4월 일제 때의 적산가옥과 태평양전쟁 당시 주민들을 강제동원해 구축한 갱도진지, 격납고와 알뜨르비행장, 섯알오름 학살터와 백조일손지묘 등을 찾는 ‘4·3과 길 - 역사의 길, 평화의 길’ 순례를 벌인다. 답사 중간 중간에 음악공연 등을 통해 당시 강제동원되거나 희생된 넋들을 기리는 행사도 마련한다.
제주문화예술재단 문화재연구소도 제주역사문화진흥원과 손잡고 4~10월 대정읍 알뜨르비행장 일원에서 ‘알뜨르, 역사의 올레’사업을 추진한다. ‘알뜨르비행장에서 역사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올레길 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제주4·3연구소 관계자는 “올해는 한국사회 전체적으로 의미가 있지만, 제주사람들에게는 더욱 피부로 와닿는 해”라며 “이번 ‘길’의 행사를 통해 제주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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