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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사람과풍경] 절망의 끝에서 움켜쥔 순간의 황홀

등록 2010-03-18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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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 김영갑갤러리에 전시중인 ‘지평선 너머’전에 나온 김영갑의 작품.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 김영갑갤러리에 전시중인 ‘지평선 너머’전에 나온 김영갑의 작품.
김영갑갤러리 ‘지평선 너머’ 사진전
고 김영갑씨 미발표작 30여점 등 새달까지 전시
박훈일 관장, 마을 감귤창고 이용 전시회 준비도




“선이 부드럽고 볼륨이 풍만한 오름들은 늘 나를 유혹한다. 유혹에 빠져 나는 이곳을 떠날 수 없다. 달 밝은 밤에도, 폭설이 내려도, 초원으로 오름으로 내달린다.”

김영갑(1957~2005)은 20여년을 바람의 오름에서 온몸으로 제주의 자연을 안고 살았다. 언제나 지평선 너머의 세상을 꿈꾸었던 그가 바람처럼 지평선 너머로 떠난 지 5년. 그가 “땅이 필름이라면, 나는 그 위에 사진을 찍고 있다”며 정성을 들였던 ‘김영갑갤러리’의 정원은 이제 수선화의 향기와 팽나무, 덩굴나무 등이 어우러져 그의 작품을 찾는 이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에 있는 그의 갤러리를 찾는 이들만 주중에는 하루 200여명, 주말에는 300~400여명에 이른다. 김영갑갤러리가 다음달 말까지 여는 ‘지평선 너머’사진전에는 김영갑이 2000년 이후 촬영한 미발표작 작품 30여점이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서울 충무갤러리 기획전에 갔다 온 작품들이다.

“사진에 붙잡아두려는 것은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풍경이 아니라 삽시간의 황홀”이라는 그의 말처럼 이번 작품들에는 ‘삽시간의 황홀’들이 파노라마 사진 속에 녹아 있다.

짙은 갈색의 대지, 황금빛의 억새와 검은 돌담, 오름, 눈의 절묘한 조화, 오름을 배경으로 붉게 타오르는 노을 등 제주의 빛깔이 김영갑갤러리에 전시되고 있다. 지평선 너머로 떠나기 1년 전 만난 기자에게 “절망의 끝에 서니 제주가 보였다”던 그의 뒤를 이어 고교 시절부터 그와 함께 생활했던 박훈일 관장이 갤러리 운영을 도맡고 있다. 김영갑이 ‘김영갑갤러리’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면, 박 관장은 삼달리 마을을 문화가 꽃피는 마을로 만들고 싶어 한다.

김영갑을 ‘삼촌’(제주에서는 친한 윗사람을 삼촌이라고 부른다)이라며 따라다니던 청년은 삼촌처럼 사진작가가 됐다. 삼촌으로부터 엄하게 사진 공부를 했다는 박 관장은 사진 공부 때문에 직장도 2차례나 그만둬야 했다.

“마을 내 감귤창고들이 많은데 1년 중 4개월 정도 사용하면 나머지 기간은 빈 공간이 됩니다. 이를 이용해서 전시회도 하고 작은 공연도 하는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박 관장은 갤러리 앞 감귤창고에 조명시설 등을 갖추는 등 미술관 개조 작업에 열심이다.

“5월이면 삼촌이 돌아가신 지 5주기 됩니다. 삼촌을 아는 분들이 모여 ‘숲속의 사랑’이라는 주제로 자그마한 전시회와 시낭송회를 할 계획입니다. 삼달리가 문화의 마을로 거듭날 겁니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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