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유리함만 나와…일제 강탈 추정
부산 범어사 삼층석탑(보물 250호)의 사리함이 텅 비어 있는 것으로 확인돼 일제의 강탈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범어사는 지난 29일 일제 때 추가 설치된 삼층석탑 기단부를 제거하기 위해 탑을 해체하던 중 1층 탑신 중앙의 사리공을 열었더니 전통 방식의 사리함 대신 일제가 만든 것으로 보이는 빈 유리함이 발견됐다고 31일 밝혔다. (사진) 유리함은 일제 강점기 때 발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 신문에 싸여 있었으며, 유리함 안에는 기록을 적은 종이가 있었지만 내용을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패된 상태로 발견됐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1930년대 일제가 기단부를 추가 설치하면서 1층 탑신에 있던 사리함과 불상 등 문화재를 빼돌린 뒤 대신 유리함을 넣었던 추정하고 있지만 관련 문헌이 없어 정확히 어떤 유물이 없어졌는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범어사 쪽은 삼층석탑이 축조된 9세기 중반(835년)의 다른 석탑들에서 발견된 문화재들과 비교해 문화재적인 가치가 높은 불경이나 불상 또는 사리장엄구 등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범어사 성보박물관 전지연 학예사는 “석탑이 축조된 835년 무렵에는 불교가 통일신라의 국교로 추앙받고 있던 시기여서 사리함에는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유물이 보관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범어사는 석탑이 축조된 9세기 당시의 고증에 따라 사리함을 만든 뒤 불상 경전 등과 함께 탑 안에 넣어 4월 말께 복원공사를 끝낼 방침이다.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사진 범어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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