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에 사는 결혼이민여성들이 30일 북과 꽹과리를 치며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대구 남구 제공
대구 남구에 풍물단 결성
“스트레스 풀려 즐거워요”
올 연말께 발표회 계획도
“스트레스 풀려 즐거워요”
올 연말께 발표회 계획도
30일 오전 11시 대구 남구 대명2동 대구고 건너편에 자리잡은 남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강당에서 흥겨운 풍물소리가 가득히 넘쳐난다. 50평 남짓한 강당을 풍물소리로 가득 메운 주인공들은 러시아, 중국,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온 결혼이민여성들이다.
북과 장구, 징, 꽹과리를 든 품새는 다소 서툴러 보이지만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혀 우리 가락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느껴진다. 대구 남구에 살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우리말과 문화를 배우고 있는 이들은 전국 처음으로 결혼이민자여성 풍물패를 결성한 뒤 이날 첫 연습에 나섰다.
꽹과리를 치는 브라다(25·러시아)는 “2년 전 한국에 와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서툴러 어려움을 많이 겪었는데, 마침 한국 고유 악기를 배울수 있다는 말을 듣고 연습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시베리아 출신인 그녀는 꽹과리를 맡아 고향에서 7년 동안 피아노로 익힌 리듬감을 맘껏 펼쳐보였다.
2005년 중국 지린성에서 시집 와 다섯살 아들을 둔 징리지(30)는 북채를 잡았다. 그녀는 “중국에서 미용사로 일하다 결혼한 뒤 집에만 있는 것이 무척 답답했지만 풍물단에 나와 마음껏 북을 두드리니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다”고 활짝 웃어보였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김태화 센터장은 “지원센터를 운영하면서 만난 결혼이민자여성들이 자연스럽고 즐겁게 우리 문화를 익힐 수 있는 방법을 고민을 하다가 풍물단을 결성했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낯선 땅에 시집 와 결혼생활로 우울증 등 어려움이 적지 않은 여성들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며 아주 즐거워했다”고 전했다.
풍물단은 올해 연말까지 수요일마다 모여 연습을 하기로 했다. 지원센터 여명화 팀장은 “연말쯤 갈고 닦은 실력을 선보이는 발표회를 계획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문화봉사단을 꾸려 지역행사 등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에 사는 결혼이민여성들은 5000여명을 웃돌고 있으며, 남구에는 300여명이 살고 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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