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대 관리사업소 김찬중씨가 14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이 쓰던 청남대 물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청남대 지킴이’ 김찬중씨
21년째 대통령별장 집사로
전직들 뒷얘기 생생히 기억
“새 흙 물소리…소박함 매력” 대통령 휴양지였던 청남대의 시간은 멈췄다. 청남대의 달력도 시계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남대를 개방한 2003년 4월18일이후 7년째 움직이지 않고 있다. 청남대관리사업소 시설과 김찬중(45)씨도 그때 그 자리에 멈춰 서 있다. 김씨는 1989년 1월 청와대 비서실에 들어간 뒤 21년 동안 청남대를 지키고 있다. 89년 2월 노태우 대통령부터 2003년 4월17일 하룻밤을 묵었던 노무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청남대를 이용했던 역대 대통령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모셨다. 그는 청남대의 영원한 집사 또는 비서로 불린다. 그는 “청남대가 개방된 뒤 한동안 대통령님의 자전거 페달을 돌리고, 이불을 펴 드리는 꿈을 꾸기도 했다”며 “아마 전생에도 내가 비서 역할을 하던 내시가 아니었나 싶다”고 웃었다. 역대 대통령들의 추억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노태우 대통령 부부는 골프·탁구를 즐겼고, 김영삼 대통령은 달리기를 유난히 좋아해 새벽 4~5시면 일어나 뛰었고, 김대중 대통령 부부는 산책을 즐겼으며, 노무현 대통령은 자전거를 타던 기억이 먼저 나죠.” 그는 비상한 기억력을 지니고 있다. 대통령과 관련 있는 물건과 시설을 보면 당시의 일들이 줄줄이 꿰어 나온다. 대통령들이 청남대를 이용할 때 만에 하나 질문할 것에 대비해 나무와 풀·꽃은 물론 모든 시설물의 이름과 내력까지 다 외워두었는데,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청남대 만물박사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께서 청남대에 있는 화초인 ‘꿩의비름’과 ‘노루오줌’을 물었는데 딱 한 번 답을 못했던 적이 있다”며 “그땐 정말 죽고 싶을 정도였다”고 했다. 그는 대단한 수집광이기도 하다. 청남대를 거쳐간 대통령들이 쓰던 생활용품 등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다. 전두환 대통령의 지시로 청남대가 문을 연 1983년 이후, 20년 동안 역대 대통령들이 썼던 24종 500여점의 식기류, 이불, 세면도구 등이 3000점을 넘는다. 내년 3월께 문을 열 대통령 역사문화관에 모두 전시할 예정이다. 그에게는 역사적 공간인 청남대가 관광지로 탈바꿈하는 것도 마뜩지 않다. 그는 “호화스런 대통령 별장의 모습을 기대하고 청남대를 찾는 이들은 소박한 모습에 실망하곤 한다”며 “조용히 걸으면서 물소리·새소리에 귀를 열고, 바람·흙·꽃·나무 냄새에 마음을 열어야 비로소 청남대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귀띔했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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