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소농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한 ‘예비 전통농부’들이 오리농법으로 이름난 충남 홍성군 홍동면을 찾아 일소 부리기를 배우고 있다. 전국귀농운동본부 제공
귀농본부 소농학교, 토종씨앗·거름 자립 등 교육
군포·안산농장 등서 실습도…“탈석유 농업 준비”
군포·안산농장 등서 실습도…“탈석유 농업 준비”
‘도시 농부’ 안철환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경기 안산의 바람들이농장(5000㎡)에서 3년째 옛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다. 비닐 멀칭(씌우기)이나 농약·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거름만으로 농사를 짓는데, 지난해엔 농약·화학비료를 쓰는 관행농의 절반 수준까지 고추 생산량을 끌어올렸다. 안씨는 “고추 지줏대를 포함해 농자재 비용을 한푼도 들이지 않았고 노동력 투입도 3분의 1밖에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성 확보도 가능할 것 같아요. 탄저병과 담배나방 애벌레도 이겨내는 ‘약이 되는’ 최고급 고추거든요”라고 말했다.
토종종자 전문가와 옛 농서 번역자, 귀농자들과 도시 농부들이 ‘비닐과 기계를 쓰지 않는 탈석유시대의 전통농법’ 보급에 나섰다. 이달 3일 전통농부 양성을 목표로 경기 군포시 속달동 봉수골 농장에서 ‘자립하는 소농학교’라는 7개월 과정의 주말농사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지난 10~11일과 17~18일에는 교사들과 수강생들이 오리농법으로 이름난 충남 홍성군 홍동면을 찾아가 일소 부리기와 볍씨 감별하기, 못자리 만들기 등을 익혔다. 도시 농부 안씨는 소농학교에서 전통 농사법을 가르치는 교사이기도 하다.
전국귀농운동본부가 운영하는 소농학교에서는 1기생인 18명의 예비 전통농부들을 상대로 토종씨앗을 자급자족하고, 거름과 농기구를 제 손으로 만드는 옛 농사법을 집중 교육한다. 봉수골 농장의 각자 주어진 텃밭에서 사이짓기를 비롯한 옛 농사방식도 실습하게 된다. 탈석유 농법을 익히는 것을 1차적인 교육 목표로 삼고 있다.
귀농운동본부의 정용수 상임대표는 “한 작물 사이사이에 다른 작물을 심는 ‘사이짓기’와 해마다 다른 작물을 바꿔 심는 ‘돌려짓기’는 휴경을 하거나 비료를 투입하지 않고도 지력을 유지하는 대단히 과학적인 농사방식이었다”며 “옛것을 무조건 답습하자는 것이 아니라 전통농법의 좋은 점을 잘 살려서 석유 사용을 줄여야 할 미래 농업 시대에 대비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농법 보급에 대한 관심은 소농학교를 운영하는 귀농운동본부를 중심으로 2004년께부터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후 토종종자의 대가인 안완식 박사와 조선시대 대표적 농사책인 <임원경제지>의 ‘본리지’ 편을 번역 출간한 정명현씨, 일제 때에 조선총독부의 농업관료가 쓴 <조선반도의 농법과 농민>이란 희귀 자료를 발굴해 세상에 알린 김석기씨 등이 합류하면서, 옛 농사 지식의 이론적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들은 3년 전부터 경기 군포와 안산의 농장에서 옛 방식으로 고추와 밀, 양파 농사를 지으면서, 전통 농사의 방법을 익히고 개량하는 실험을 거듭했다. 올 2월에는 괴산·횡성·홍성·진안·장수·음성의 귀농자들과 수도권의 도시 농부 80여명이 ‘토종종자와 전통농업을 살리는 사람들’의 첫 모임을 열기도 했다.
정 대표는 “지금의 고투입 농사 방식은 건강하지도 않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며 “전통 농사법은 우리 몸과 지구환경에 이로운 미래의 대안 농사법으로 충분히 복원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농부들이 서로 품을 나누는 두레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자 꿈”이라고 말했다.
군포/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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