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대 교양과목
임종·장애체험 등 ‘필수’
임종·장애체험 등 ‘필수’
지난 15일 경북 영천 청통수련원에 대구가톨릭대 학생 45명이 모였다. 학생들은 죽음에 대한 동영상 자료를 본 뒤 자신의 유언장을 직접 썼다. 곧이어 삼베로 만든 수의를 입은 채 촛불 아래에서 유언장을 낭독하자 학생들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부모님을 속상하게 했던 일, 다른 사람들을 속였던 일, 학업에 소홀했던 일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간다. 유언장 낭독이 끝나면 학생들은 미리 마련해 둔 너비 60㎝, 높이 40㎝, 길이 2m 남짓한 비좁고 캄캄한 관 속에 눕는다. 이곳에 누워서 한결같이 “후회 없는 삶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살겠다”고 다짐한다.
이 모습은 대구가톨릭대학이 마련한 임종체험 프로그램이다. 이 대학은 이번 학기부터 ‘참 삶의 길’(2학점) 과목을 교양필수로 채택하고, 이 과목을 수강하는 재학생 2200여명이 반드시 청통수련원을 찾아 임종체험을 하도록 했다.
지난 8일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정인영(22·여·식품영양 4)씨는 “유언장을 작성하면서 지금 죽는다고 생각하니 가장 먼저 가족의 얼굴이 떠올랐다”며 “임종체험은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본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 과목을 맡은 이 대학 유동열(60) 교수는 “임종체험은 대구·경북 지역 대학에서 처음 시도해 본 프로그램”이라며 “경험을 해본 학생들이 하루하루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고 돌아간다”고 밝혔다.
‘참 삶의 길’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임종체험 외에도 복지사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휠체어를 타고 비탈길을 오르거나 안대를 쓰고 흰 지팡이를 두드리며 걸어가는 장애체험도 해야 한다. 또 다문화가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그들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는 다문화교육과 자연피임법 등 성교육도 이수해야 학점을 받을 수 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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