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
새만금방조제 도로 개통을 자축하는 깃발축제의 막이 올랐다. 27일부터 10일간 진행한다. 여기에 드는 돈은 21억5000만원이다. 세계소리축제나 전주국제영화제의 예산과 비슷하다. 입찰 문제로 주관사와 총감독 선정이 늦어져 준비기간도 짧았다. 새만금의 현안들을 해결할 예산마저 부족한 판에 전시성·일회성 행사를 열어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판이 거셌다. 이 사업을 추진한 쪽은 19년 만에 방조제를 완공한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하지만 방조제 완공을 마냥 기뻐할 상황은 아닌 듯하다. 방조제는 여전히 바닷물이 드나들어야만 수질을 유지할 수 있는 반쪽짜리다. 1조3000억원을 들이고도 새만금 수질은 제자리걸음이다. 수질보전 대책에만 3조원, 담수호를 만들어 4급수 수질이나마 유지하려면 20조원이 든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담수화는 물건너간 셈이다. 정부 안에서도 바닷물을 드나들게 해 새만금의 부가가치를 높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마냥 외면할 수는 없다. 전북도는 새만금을 머무는 관광지로 만들겠다고 호들갑이다. 그러나 방조제 도로를 높이고, 휴게소를 짓고, 220m짜리 전망대를 세운다고 해도 방조제는 방조제일 뿐이다. 목표수질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친수활동이 가능한 관광수변도시를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새만금 관광의 핵심은 자연과 조화롭게 공존하는 문화를 체험하는 생태관광이다. 갯벌이 다 죽었는데 무슨 소리냐고? 새만금은 아직 가진 것이 남아 있다. 방조제보다 더 많은 예산이 들어갈 방수제(방조제 안쪽의 둑)만 쌓지 않는다면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새들의 서식공간을 만들 수 있다. 또 수질정화 기능과 더불어 생태관광의 거점이 될 저류지를 조성할 수 있다. 해수유통을 좀더 확대해서 갯벌과 염습지의 일부라도 되살리면, 더욱 풍부한 관광전략을 세울 수 있다. 깃발축제가 새만금을 ‘대한민국의 미래와 희망’으로 표현하겠다면, 변화한 상황을 담아야 한다. 그동안의 장밋빛 청사진과 과도하게 부풀려진 기대심리만 깃발에 담아서는 안 된다. 소리 없는 아우성만 휘날리다 말 것인가. 만선 깃발 펄럭이며 포구로 돌아오고 싶은 어민들의 아우성, 새만금에 기댄 도요물떼새의 아우성, 고이면 썩는다는 강물의 아우성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새만금의 깃발은 희망과 소통으로 펄럭일 것이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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