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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보이는 라디오로 풍물시장 상인 애환 달래요”

등록 2010-04-28 23:22

풍물라디오방송의 상인 디제이 이종근씨와 김호종(오른쪽)씨가 풍물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 모습이 시장 내 대형 화면을 통해 방송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A href="mailto:khan@hani.co.kr">khan@hani.co.kr</A>
풍물라디오방송의 상인 디제이 이종근씨와 김호종(오른쪽)씨가 풍물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 모습이 시장 내 대형 화면을 통해 방송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서울 신설동 ‘풍물방송국’ 화제
상인들이 직접 방송 제작
찾는 손님들에 재미 ‘선물’
비 내리는 수요일 오후 1시59분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서울풍물시장 2층 9.9㎡ 짜리 부스. 방송 엔지니어 최창희(42)씨가 “사고 나도 괜찮으니 편하게 갑시다”라며 마이크 앞에 이종근(50), 김호종(42)씨를 응원했다.

최씨의 신호에 곧바로 방송이 시작됐다. “봄이라고 하기엔 쌀쌀할 날씨네요, 디제이 ‘산에’ 인사드립니다. (김호종)” “디제이 ‘브루스리’도 인사드립니다.(이종근)”

언뜻 책을 읽는 듯 어색한 감도 없지 않았지만, 날씨와 딱 맞는 고 김현식의 노래 <비처럼 음악처럼>이 시장 전체에 흘렀다. 이윽고 부스 안에서는 두 ‘디제이’가 내뱉는 안도의 숨소리가 살며시 새나왔다.

지난 24일 서울 풍물시장에 ‘보이는 라디오’ <풍물방송국(PMB)>이 개국했다. 방송은 시장 홀과 외벽에 걸린 대형 텔레비전으로 중계되고, 인터넷방송 아프리카(star.afreeca.com)에서도 나온다.

서울시가 제안해 상인들이 직접 디제이와 엔지니어, 작가를 맡으며 방송을 만든다. 매주 수·토요일 모두가 노곤해질 시간이면 풍물시장만의 ‘2시의 데이트’가 한 시간 동안 진행된다. 이날이 두 번째 방송이다.

고교 시절 신당동에서 ‘다방 디제이’를 한 전력이 있는 이씨. 지금을 잡화를 팔고 있지만 틈틈이 텔레비전 공개수배 프로그램에서 재연배우로 출연한 ‘탤런트’란다. 자전거유니폼을 파는 김씨도 고교 시절 방송반 기억을 되살렸다. 두 사람의 예명엔 각각 이소룡, 강산에를 좋아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다급히 만든 이날 대본은 선곡과 대화가 온통 ‘비’였다. 노래가 끝나자 이씨는 “저는 장미꽃을 주기보다는 받는 편이었죠. 제 몽타주가 좀 되니까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김씨는 “자, 다음곡 들어보죠”라며 이씨를 겸연쩍게 만들었다. 단순하고 엉뚱한 만담 속에 시간도, 노래도 계속 흘렀다.

30분 방송 동안 가장 진땀을 흘린 사람은 같은 시장 상인인 ‘엔지니어 최’였다. 두 디제이의 멘트가 끊기거나 카메라가 흔들리는 등 크고 작은 사고를 다 수습했다. 골동품을 파는 최씨는 “초짜라서 그래요”라며 빙그레 웃었다.

부산, 성남, 수원, 목포 등에서 시장방송을 하지만 ‘보이는’ 라디오방송은 여기가 처음이라고 했다. 이들은 “상인 대부분이 청계천, 동대문의 노점상 출신”이라며 “앞으로 삶의 애환을 실어날으는 방송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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