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서울 종로3가 낙원동 ‘다문화거리’에서 정규 상인들과 노점상들이 승용차와 노점수레를 동원해 거리 상권을 두고 다투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종로거리 사업’ 뒤 이면도로로
기존 상인들 반발에 입점 갈등
“4개월 놀았는데…시가 해결을”
기존 상인들 반발에 입점 갈등
“4개월 놀았는데…시가 해결을”
시민들의 보행공간을 넓히기 위해 종로 거리에 있던 노점상을 주변의 이면도로로 옮기는 ‘걷기 편한 종로거리 사업’이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종로3가에선 이면도로쪽 건물에서 영업 중인 상인들이 노점상들의 입점을 반대하고 있어, 양쪽이 원만하게 상생의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서울시는 “내달 2일 종로3가 낙원동에 다국적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있는 ‘다문화거리’가 개장한다”며 “이로써 서울의 대표거리인 종로에 무질서하게 있던 600여개 노점상을 인근 7개 특화거리로 옮기는 사업이 사실상 완료됐다”고 29일 밝혔다.
유동인구가 많은 종로 거리는 40여년간 각종 노점상들이 난립해 시민들이 걷기 불편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서울시와 종로구는 지난해부터 종로2가 관철동 젊음의거리, 공평동 화신먹거리촌, 종로3가 관수동 빛의거리, 종로4가 원남동 녹지거리, 종로5·6가 화훼묘목거리, 대학천 남길을 차례로 개장해, 이곳으로 노점상을 모았다. 내달 2일 마지막으로 개장하는 종로3가 낙원동 ‘다문화거리’는 13개국 20여가지 음식을 판매하고 외국의 전통공연을 열 계획이다.
그러나 개장 3일 전인 이날까지 일부 상인들이 노점상 입점을 강하게 반발해 마찰을 빚고 있다. 이날 노점상들이 포장마차를 설치하려고 하자 상인들이 차량을 인도에 주차하면서까지 이들을 막았고, 이 과정에서 양쪽이 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음식점이 대부분인 이곳 상인들은 같은 먹을거리를 파는 노점상이 들어와 영업 손실이 생길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박상석 낙원상인번영회장은 “90여개 노점 중 외국음식은 고작 20여개도 안 된다”며 “사실상 거의 품목이 겹쳐 생계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점상도 애가 타긴 마찬가지다. 큰길에서 밀려난 데다 다문화거리 조성을 위해 인도 확장 공사를 하는 4개월간 장사를 못했기 때문이다. 노점상 김영미(40)씨는 “하루라도 빨리 장사를 할 수 있도록 서울시나 종로구가 적극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종로구 건설관리과 고재호 주임은 “서로 품목이 겹치지 않게 자리배치를 조정하는 등 양쪽이 합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