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아이마을’을 함께 개원한 문서경 대표(오른쪽)와 박금순씨가 실내에서 작업을 하다가 어린이집 앞에서 잠시 쉬며 즐거워하고 있다.
천연장난감 가지고 놀고
생태밥상으로 든든한 식사
셈하기
생태밥상으로 든든한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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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매곡동 ‘햇살 아이마을’ 울산 북구 매곡동 월드메르디앙 아파트 뒤쪽 마동마을 도로를 따라 들어가면 나무 표지판이 나온다. 어린이집 ‘햇살 아이마을’이다. 나무로 지은 2층 건물 앞마당에는 추위를 견뎌내고 만발한 꽃들과 상추 등이 심겨진 밭이 있다. 외양간과 밀밭이 있는 뒷집도 눈길을 끌었다.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가면 이곳이 어린이집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교실로 쓰이는 방에 교재와 학습도구가 없기 때문이다. 큰 방에는 나무와 천, 양모 등 자연에서 구한 소재로 만든 장난감들이 늘어서 있다. 일곱 가지 색깔을 덧칠한 방의 벽지가 눈에 띈다. 교사이자 어린이집 대표인 문서경(44)씨는 “아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워 주기 위해서 일부러 방을 특색 있게 꾸몄다”고 말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곳에서는 다른 어린이집에서 필수로 하고 있는 읽기와 쓰기, 셈하기 등 기초학습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학습에 무관심해서가 아닙니다. 지금의 40대 이상은 어릴 때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셈을 했어요. 인위적으로 지식을 주입하기보다는 놀이와 체험을 반복하면서 저절로 지식을 터득하도록 도와주자는 겁니다.” 문 대표의 말처럼 이곳의 하루 일과도 놀이와 체험 위주다. 먼저 어린이집에 오면 선생님들이 직접 만든 천연 장난감으로 자유롭게 논다. 이어 울공 만들기·물 그림·수공예·인형극 등의 리듬활동을 하며, 교사가 시를 읽어주고 아이들과 대화를 한 뒤 바깥놀이를 한다. 신나게 논 뒤 허기가 질 무렵 감자현미수제비·우리밀국수 등 생태밥상으로 차려진 점심을 먹는다. 부모가 맞벌이를 하지 않는 아이들은 동화를 듣고 오후 2시께 집으로 돌아간다. 불편함도 있다. 차량을 운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에 좋은 자연환경을 갖췄다. 어린이집 마당을 지나 조금만 걸어가면 눈앞에 보이는 동대산에서 물이 흘러내리는 개울에 발을 담근 뒤 야트막한 밭을 따라 즐겁게 산책을 할 수 있다. “공부에 내몰려 숨을 쉬지 못하는 4~7살 아이들한테 자유를 주는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어요.” 햇살 아이마을은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을 멀리하는 독일 발도르프교육 국제교사자격증이 있는 문씨와 보육과 상담을 전공한 박금순(40)씨가 여섯 달 동안의 준비를 거쳐 얼마 전 문을 열었다. 박씨가 세를 줬던 자신의 건물을 수리해 정원 16명의 어린이집 인가를 받았다. 박씨는 “부모들의 조급함이 아이들을 불행에 빠뜨릴 수 있다”며 “내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052)292-5003. 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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