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이름 빼면돼”…노 전 대통령 추모제는 계속 불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1주기 충북 추모제가 파행 우려를 낳고 있다.
충북지역 시민과 시민단체 등으로 이뤄진 노 전 대통령의 1주기 청주 시민추모위원회는 22일 저녁 7시부터 청주 상당공원에서 추모제를 열 계획이었지만 보수단체가 같은 시간·장소를 차지하는 바람에 마찰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유총연맹 등 보수단체 16곳으로 이뤄진 신생 충북미래연합은 오는 22~25일 청주 상당공원에서 안보 문화 행사(사진전·영상물 상영 등)를 하겠다며 청주시에 공원 사용 신청을 해 승락을 받았다. 공원 사용 신청서에는 ‘신청자-자유총연맹(주최 충북미래연합)’이라고 적혀 있다. 자유총연맹은 선거법 103조(각종 집회 등의 제한)에 따라 선거기간중 회의·모임 등을 할 수 없지만 지난 11일 사용 신청을 했고, 시는 승락했다. 추모위원회는 이곳에서 추모제를 열겠다며 공원 사용 신청을 했지만 불허됐다.
이창세 시 공원녹지과장은 “자유총연맹이 선거기간 중 집회 제한을 받는 선거법 규정이 있는 지 몰랐고, 공원 사용은 행정 사항이어서 그냥 승인했을 뿐”이라며 “추모제는 순서에서 밀렸다”고 말했다.
더욱이 충북도 선거관리위원회가 19일 오후 청주시와 충북미래연합의 손을 들어 주면서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충북미래연합의 상당공원 행사를 검토한 도 선관위 김성배 지도계장은 “공원 사용 신청서에 자유총연맹이 명시돼 있지만 자유총연맹이 해당 행사에 참여·관여하지 않는다면 선거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충북미래연합의 박철순씨는 “자유총연맹 등을 빼고 행사를 치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재봉 추모위원회 집행위원은 “자유총연맹이 공원사용 신청을 했는데 자유총연맹만 빠지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선관위를 이해할 수 없다”며 “시민과 약속한 추모제 행사를 계획대로 강행하겠다”고 말했다.
추모위원회는 22일 저녁 7시부터 상당공원에서 노 전 대통령 추모 영상 상영, 사진전, ‘바보 노무현’ 오행시 짓기 등의 추모제 행사를 열 계획이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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