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ㅅ고 위탁업체 ‘경고음 단말기’ 인권침해 논란
학교쪽 “직영 아니라 문제삼기 어렵다” 수수방관
학교쪽 “직영 아니라 문제삼기 어렵다” 수수방관
기초생활 수급자의 자녀 김아무개(18·고3)군은 요즘 학교 급식실에서 밥 먹기가 싫다. 급식비를 내지 못한 김군이 급식실 들머리에 있는 급식체크기에 학교에서 지급받은 자신의 바코드를 대면 ‘삐’ 하는 경고음이 나기 때문이다. 단말기에는 동시에 미납내용이 뜬다. 함께 줄을 섰던 다른 학생들이 쳐다보면 창피하다. 그래서 귀가한 뒤 부모에게 “급식비를 빨리 내달라”고 여러 차례 애원을 했다.
전북 전주 ㅅ고에서 학생들의 급식비 미납 사실을 전자장치의 경고음을 통해 주변에 공개적으로 알리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학교 학부모인 기초생활 수급자 김아무개(48)씨는 25일 “형편이 좋지 않아 급식비 5만원가량을 바로 내지 못한 것이 사춘기 아이에게 이렇게 큰 상처가 될지는 몰랐다”며 “경고음에 대해 학교 쪽에 항의를 해봤지만, ‘직영이 아닌 위탁이어서 관여할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급식비를 내지 못한 것은 부모의 잘못인데 왜 자식들한테 상처를 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기초생활 수급자여서 아이가 중식비(점심)를 면제받지만, 고교 특성상 야간자율학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저녁은 돈을 내고 먹어야 한다. 미납 학생들은 일부러 저녁을 안 먹기도 한다”고 전했다.
김씨는 “서너달 밀린 것도 아니고 한달 정도 미납했는데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급식을 하는 다른 학교는 소리(경고음)가 나지 않고 단말기에만 미납 사실이 떠 창피함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 한끼 식사가격은 2500원이고, 한달 급식비는 점심이 5만원, 저녁까지 합하면 10만원가량이다.
이 학교 행정실 관계자는 “위탁업체도 영세한 사업체인데 돈을 안 내면 운영이 어렵지 않겠느냐. 아이들의 밥값은 부모가 내줘야 하는 것 아니냐. 이를 문제 삼을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돈을 내지 않고 몰래 도둑밥을 먹는 학생들이 있어 이런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체 급식자 1030명 중에서 미납자가 많을 때는 50~60명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ㅇ급식업체는 “전주지역 다른 학교의 시스템도 거의 비슷하다. 급식비를 내지 않은 학생이 있으면 문자를 보내는 등 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전준형 전북인권교육센터 대표는 “경고음이 나도록 한 행위는 개인의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반인권적 행위로, 국가인권위에 진정조사를 의뢰했다”며 “전북교육청은 비인권적인 장치를 철거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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