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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마당] 사라지는 ‘테우리’ 문화 두고만 볼건가

등록 2010-06-08 18:56

강만익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소 특별연구원
강만익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제주 서귀포시가 표선면 가시리 마을공동목장에 ‘에코뮤지엄(지붕 없는 박물관)’ 형태로 ‘제주목축문화박물관’을 세운다고 한다. 무척 반가운 일이다. 제주의 목축문화는 제주도내 중산간 지역에서 테우리(목동)들이 소·말과 벗하며 만든 문화다.

이 박물관이 세워질 가시리 마을은 조선시대 중산간에 말을 풀어놓아 길렀던 ‘산마장’의 하나인 녹산장과 갑마장이 위치했던 목장터다. 현재 이곳에는 마을공동목장과 예부터 소나 말을 방목하면서 경계를 구분하기 위해 돌로 쌓아 만들었던 하잣성, 중잣성, 상잣성 등 목축문화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이번 기회에 제주 목축문화의 가치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제주도에는 고려 후기 몽골에 의해 설치된 탐라목장, 조선시대 한라산 국영목장, 일제 강점기 마을공동목장 등이 운영되면서 여러 지역의 목축양식이 중첩돼 있다.

제주의 목축문화는 ‘제주섬’이라는 자연환경의 산물이어서 가치가 높다. 겨울에도 다른 지방에 견줘 따뜻해 1년 내내 방목이 가능했고, 중산간지대부터 고산지대에 이르기까지 고도에 따라 기온차가 있어 풀이 돋아나는 시기가 달랐다.

또한 주된 목축지인 중산간지대는 비바람과 안개가 많았다. 이에 따라 저지대와 고지대 사이에서는 윤환방목(풀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면서 놓아기르는 방법)이 이뤄졌고, 산남지역(한라산 남쪽) 주민들은 한라산 정상에 가까운 고산지대에서 방목을 했다. 소유자를 구분하기 위해 소나 말에 낙인을 찍기도 했다.

목축문화에는 제주도민들의 전통적 자연지혜도 담겨 있다. 목축민들은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과 바람의 성질 그리고 소와 말의 이동로, 우물의 위치 등을 손금 보듯 터득해야 방목을 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목축민들은 사시사철 바뀌는 자연환경에 대한 지식을 터득할 수 있었다.

마을의 공동체 형성과 협동심도 목축문화의 유산이다. 이른 봄 마을공동목장에 방앳불(들불놓기)을 놓거나 돌담을 고칠 때는 대부분의 마을주민들이 참여해 공동작업을 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말의 이름과 소나 말을 기르며 부르는 노래, 각종 목축관련 의식에는 몽골과 일본, 한반도의 목축문화가 스며들어 있다.

제주목축문화에서 테우리들의 생활사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목축문화를 만들고 계승시켜 온 주체들이며, 해안에서부터 고산지대까지 소·말과 함께 생활하며 제주도 목축사를 형성해 온 산증인들이다.


그 테우리들이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한 채 사라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테우리들의 목축문화를 계승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강만익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소 특별연구원

※ <한겨레>는 매주 한 차례 지역의 주요 의제를 다루는 기고를 싣습니다. (064)710-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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