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경기 여주군 남한강 강천보 부근 아리지골프장 취수장 이전 공사장에서 소음 피해 해결을 호소하는 주민 강아무개씨가 공사를 반대하며 굴착기 앞에 엎드려 항의하고 있다. 4대강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제공
4대강 사업으로 터전 잃은 여주 주민의 절망
발파 소음에 집 곳곳 균열
민원신청땐 ‘참아라’ 말뿐
“누구를 위한 사업입니까?”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사업이고, 누구를 위한 정부입니까?” 대도시 생활에 지친 강아무개(52·여)씨는 2007년 7월 고즈넉한 남한강가인 경기 여주군 단현리 농가주택으로 이사했다. 그러나 금빛 모래와 찰랑이며 흐르는 남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의 전원생활은 채 3년을 못 넘겼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정부의 4대강 사업 때문이다. 남한강 강천보 건설로 집 바로 앞 강바닥을 모두 파헤집어 놓은 것도 모자라 날마다 발파 작업이 끊이질 않았다. 전원생활은 남한강처럼 만신창이가 됐고, 계속된 소음과 진동으로 강씨의 집은 곳곳에 금이가는 등 피해가 이어졌다. 곳곳에 민원을 넣어봤지만, “국책 사업이니 참아라. 피해는 보상이 될 것 아니냐”며 나무라는 듯한 답만 되돌아왔다. ‘삽질의 횡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강천보 건설로 인해 한 골프장의 취수장이 강씨의 집에서 불과 10여m 떨어진 곳으로 최근 옮겨졌다. 이 취수장은 하루 1500t의 남한강 물을 강력한 모터로 퍼올린 뒤 송수관을 거쳐 직선거리로 9㎞ 정도 떨어진 여주군 가남면 ‘아리지골프장’의 잔디에 물을 주는 용도로 사용하게 된다. 그런데 아리지골프장의 취수장은 강씨의 집에서 150여m 거리에 떨어져 있을 때도 강씨가 소음 피해를 주장해왔고, 강씨 집 담장 밑을 지나는 송수관의 소음 때문에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남한강 취수 허가를 담당하는 국토부 한강홍수통제소는 골프장 쪽에 ‘소음 민원 해소 뒤 취수장 이전’이라는 조건부 허가를 내줬다. 하지만 아리지골프장은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아무런 협의 없이 지난 6일 취수장 이전 공사를 강행했다. 결국 ‘강변 살자’를 꿈꾸던 강씨의 집은 집은 거대한 콘크리트 괴물인 강천보와 날마다 굉음을 내며 물을 퍼올리는 골프장 취수장에 포위되고 말았다. 피폐한 전원생활에 지친 강씨는 최근 멀쩡한 자신의 집을 두고 20여일 이상 ‘피란’까지 하는 상황으로 몰렸다. 강씨는 “단 한 사람이지만 국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 아니냐? 이것이 과연 국민을 섬기는 정부의 행동인지 의심스럽다”며 울음을 삼켰다. 한편 한강홍수통제소는 “진상을 파악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말했으며, 아리지골프장 쪽은 여러 차례에 걸친 <한겨레>의 해명 요청에도 답을 하지 않았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민원신청땐 ‘참아라’ 말뿐
“누구를 위한 사업입니까?”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사업이고, 누구를 위한 정부입니까?” 대도시 생활에 지친 강아무개(52·여)씨는 2007년 7월 고즈넉한 남한강가인 경기 여주군 단현리 농가주택으로 이사했다. 그러나 금빛 모래와 찰랑이며 흐르는 남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의 전원생활은 채 3년을 못 넘겼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정부의 4대강 사업 때문이다. 남한강 강천보 건설로 집 바로 앞 강바닥을 모두 파헤집어 놓은 것도 모자라 날마다 발파 작업이 끊이질 않았다. 전원생활은 남한강처럼 만신창이가 됐고, 계속된 소음과 진동으로 강씨의 집은 곳곳에 금이가는 등 피해가 이어졌다. 곳곳에 민원을 넣어봤지만, “국책 사업이니 참아라. 피해는 보상이 될 것 아니냐”며 나무라는 듯한 답만 되돌아왔다. ‘삽질의 횡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강천보 건설로 인해 한 골프장의 취수장이 강씨의 집에서 불과 10여m 떨어진 곳으로 최근 옮겨졌다. 이 취수장은 하루 1500t의 남한강 물을 강력한 모터로 퍼올린 뒤 송수관을 거쳐 직선거리로 9㎞ 정도 떨어진 여주군 가남면 ‘아리지골프장’의 잔디에 물을 주는 용도로 사용하게 된다. 그런데 아리지골프장의 취수장은 강씨의 집에서 150여m 거리에 떨어져 있을 때도 강씨가 소음 피해를 주장해왔고, 강씨 집 담장 밑을 지나는 송수관의 소음 때문에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남한강 취수 허가를 담당하는 국토부 한강홍수통제소는 골프장 쪽에 ‘소음 민원 해소 뒤 취수장 이전’이라는 조건부 허가를 내줬다. 하지만 아리지골프장은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아무런 협의 없이 지난 6일 취수장 이전 공사를 강행했다. 결국 ‘강변 살자’를 꿈꾸던 강씨의 집은 집은 거대한 콘크리트 괴물인 강천보와 날마다 굉음을 내며 물을 퍼올리는 골프장 취수장에 포위되고 말았다. 피폐한 전원생활에 지친 강씨는 최근 멀쩡한 자신의 집을 두고 20여일 이상 ‘피란’까지 하는 상황으로 몰렸다. 강씨는 “단 한 사람이지만 국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 아니냐? 이것이 과연 국민을 섬기는 정부의 행동인지 의심스럽다”며 울음을 삼켰다. 한편 한강홍수통제소는 “진상을 파악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말했으며, 아리지골프장 쪽은 여러 차례에 걸친 <한겨레>의 해명 요청에도 답을 하지 않았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