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칵테일과 마술이 어우러진 매직바인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의 ‘정은선의 매직바’에서 마술사가 테이블 마술공연을 하고 있다. (사) 한국마술협회가 같은 건물에 있어 이곳 매직바는 한국 마술사들의 본산과도 같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샤바라바바아∼ 얏! 여기는 마술나라 “어머, 어떻게 한 거에요? 가르쳐주세요.” ‘테리우스‘라는 별명을 가진 꽃미남 마술사 박민수(19)씨가 ‘얏’하고 기합을 넣자 젊은 여성의 손에 쥐어져 있던 100원짜리 동전 4개가 5개로 변했다. 칵테일과 맥주를 마시며 구경하던 사람들의 눈이 동그래지더니 곧 ‘어떻게 한 것인지 가르쳐달라’로 조르기 시작했다. 서울 관악구 봉천11동의 허름한 건물 지하에 있는 ‘마술극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마술을 구경하며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매직 바’다. 간판이 작아 눈에 잘 안 띄기 때문에 봉천동에 오래 산 주민들도 그냥 지나치기 일쑤지만 ‘마술극장’은 이미 입소문을 타고 수많은 마술 애호가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마술극장’으로 통하는 계단에 발을 들여놓으면 벌써 마술의 공기가 느껴진다. 붉은색으로 깔끔하게 칠한 좁은 계단 양쪽에 걸린 마술사들의 초상이 마법주문이라도 속삭일 것만 같다. 붉은 칠 좁은 계단 따라 ‘입장’
시간 맞추면 쵝고 마술쇼
아무때나 와도 테이블쇼
요금은요? 칵테일값으로! 50평 규모의 실내에는 작은 무대와 10여개의 테이블, 바가 놓여있다. 매일 저녁 8시, 9시30분, 11시에는 무대에서 마술공연이 펼쳐진다. 연미복을 입은 마술사의 주머니나 모자에서 비둘기, 손수건 등이 끊임없이 나오는 ‘매니퓰레이션’에서부터 사람을 넣은 상자에 칼 수십자루를 꽂거나 여러 조각으로 토막내는 ‘일루젼’에 이르기까지 가끔 방송을 통해 볼 수 있는 마술을 코앞에서 구경할 수 있다.
꼭 공연시간에 맞춰 갈 필요는 없다. 아무때나 마술극장을 찾더라도 이곳 마술사들이 손님이 앉은 자리에서 테이블 마술을 선보인다. 끊임없이 숫자와 무늬가 바뀌는 카드마술, 손님이 손에 쥐고있던 동전이 없어지는 동전마술, 1만원권 지폐가 갑자기 1천원권으로 바뀌는 지폐마술 등이 넋을 빼놓는다. 마술사에게 아무리 방금 본 마술을 가르쳐달라고 졸라도 소용없다. 가르쳐준다며 똑같은 마술을 한번 더 보여줘도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마술사 김진섭(20)씨는 “정말 자주 오시는 단골손님한테는 간단한 마술을 할 수 있는 소품을 선물로 드리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칵테일과 병맥주, 간단한 안주를 맛볼 수 있다. 가장 싼 국산 병맥주가 1병에 4천원으로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지만, 다른 곳에서는 돈 주고도 볼 수 없는 정상급 마술사들의 쇼를 공짜로 볼 수 있으니 비싸다고만 할 수 없다. ‘마술극장’의 정은선 사장 역시 마술사다. 우리나라 최초 여성 마술사이자 ㈔한국마술협회 이사장인 정씨는 지난 2002년 12월 세계마술올림픽을 앞두고 관객 앞에서 제자 마술사들이 마술을 연습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마술극장’ 운영을 시작했다. 정씨는 “처음에는 마술사들의 연습공간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전국의 마술 애호가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며 자랑했다. ◆ 언제, 어떻게 갈까=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2번출구 앞. 매일 저녁 6시~새벽 2시 문을 열고, 매달 둘째, 넷째 월요일은 쉰다.(02-875-8836, magicbar.co.kr)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