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대구 남구 대명동 대구지방보훈청 뒷골목에 있는 ‘서로 돕고 사는 집’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배달할 도시락을 싸느라 바쁘다.
도시락 봉사하는 대구 ‘서로 돕고 사는 집’
홀몸노인 등 복지사각지대 가정 21곳 밥지원
쌈짓돈 털어주는 이웃·자원봉사자들이 큰 힘
홀몸노인 등 복지사각지대 가정 21곳 밥지원
쌈짓돈 털어주는 이웃·자원봉사자들이 큰 힘
깍뚝썰기한 양파, 감자, 당근에다 미니새송이, 닭고기, 파프리카까지 넣은 카레가 먹음직스럽다. 카레를 도시락에 정성스레 담아 한소끔 김을 빼는 사이, 콩나물무침과 마늘종장아찌를 반찬통에 담는다. 주방 한편에는 크래커와 두유, 과일주스가 든 도시락 가방이 줄지어 서 있다.
15일 오전 대구 남구 대명동 대구지방보훈청 뒷골목에 있는 ‘서로 돕고 사는 집’은 도시락 배달 준비로 북적댔다. 1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밥을 짓고 국을 끓여 내고, 반찬을 담아내느라 식당 안은 후끈했다.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흘러도 전기요금을 아낀다고 에어컨은 켤 생각도 하지 않는다. 한 상에 몇천원씩 남는 ‘밥장사’ 해서 번 돈으로 일주일에 두 차례씩 21가구에 도시락 배달을 하다 보니 살림은 빠듯할 수밖에 없다.
자원봉사자들의 맏언니이자 식당 살림꾼인 김금옥(57)씨는 “그래도 쌀 떨어져 걱정해 본 적 없고, 반찬거리 없어서 발을 동동 굴러 본 적은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해 1월 문을 연 식당은 ‘돈 벌어서 남 주려고’ 밥을 판다.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이른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홀몸노인 가정, 한 부모 가정에 먹거리를 갖다 주고, 이불이며 전기장판, 전기료까지 챙긴다.
구석진 골목 안쪽에 들어앉은 식당이지만, 먼 길도 마다않고 찾아 주는 이들 덕분에 땟거리 걱정 없이 1년6개월째 도시락 배달을 이어 가고 있다. 가족들 생일 기념으로 쌀 한가마니를 내놓는 주부, 손수 된장과 간장을 담가 주는 스님, 회식을 하고 밥값에 웃돈을 얹어 내놓는 이웃들이 정부 보조금을 대신한다.
‘손잡고 가요’라는 인터넷 봉사모임도 이 집의 든든한 뒷배다. 물론 이 집의 버팀목은 각자 생업에 종사하면서 짬을 내 찾아 와 조리팀, 배달팀, 설거지팀으로 나뉘어 손발을 척척 맞추는 자원봉사자들이다.
“뭐니 뭐니 해도 먹는 보시(베풂)가 최고”라고 말하는 김씨는 “우리 형편에 맞게 내 집 식구들 밥상 차리듯 정성을 담아서 따뜻한 밥을 해 드리려고” 애쓴다. 주위에 어려운 이웃이 많지만 도시락 수를 더 늘리지 않는 이유다. “목돈 턱 내놓는 큰 후원보다, 밥 한 그릇 먹으러 와 주는 게 더 반갑다”는 이 집 사람들은 “묵은지찜과 해물누룽지탕, 닭찜은 수준급”이라며 자신있게 권한다. (053)653-7779.
글·사진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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